충격~! 매 맞는 남편 급증 “여보야 때리지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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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매 맞는 남편 급증 “여보야 때리지만 마”
  • 이재필
  • 승인 2006.09.22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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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리고 날아온 부인의 주먹

[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금.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난으로 남성들이 밖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집안에서 마저 권위를 상실하고 ‘매 맞는 남편’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3년 전 다니던 은행에서 구조조정으로 쫓겨난 후 지금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김 모(42)씨. 김 씨는 아내의 퇴근시간만 되면 불안감에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다. 경제력 상실을 이유로 아내가 술만 먹으면 김 씨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차이고 집에선 맞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현재 부인이 집안의 유일한 경제원인 김 씨는 “회사에서 짤리고 6개월 쯤 지났을 때부터 돈을 못 번다고 구박을 시작하더니 급기야 1년 쯤 지나자 손찌검이 시작됐다”며 하소연했다.

지난 IMF시절 명예퇴직 당하기 전까지는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의 어엿한 영업부장이었던 이 모(57)씨. 그는 아내의 폭력으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아내가 의자로 내리치는 바람에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응급실로 실려 갈 만큼 참아내기 힘든 아내의 폭력, 하지만 이 씨는 이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도,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남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력을 상실한 남자가 아내에게 마저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남자가 여자에게 맞는 일’ 그것은 이 씨가 절대로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이 씨는 “사회 통념상 남자가 여자한테 맞았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한심한 사람으로 비춰진다”며 “이혼을 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창피해 그 누구에게 말도 꺼내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올해 전국 남성 305명과 여성 6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내에게 맞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남성은 전체에 13.5%에 달했다.

또한 모 언론사의 통계조사에도 99년 167건(남편이 아내에게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한 건수)이었던 것이 2004년에는 290건으로 몇 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현재 늘고 있는 매 맞는 남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병원신세 일쑤

2년 전 서울의 모 대기업에서 퇴직한 박 모(54)씨 역시 현재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매 맞는 남편 중 한명이다. 퇴직금으로 사업을 해보려다 실패한 박 씨네 가족은 현재 아내가 꾸리는 가게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씨가 퇴직 이후 알게 모르게 가족들에게 눈칫밥을 먹던 어느 날. 그는 아내의 발길질과 함께 “나가 죽어라”는 폭언을 들었다. 

자녀들이 태연히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동안 가족들에게서 쌓아온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한 번 부서진 권위는 쉽게 없어졌다. 부인의 폭력 역시 가차 없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참다못해 파출소로 달려가 봤지만 박 씨에게 돌아온 것은 “집안일은 대화로 풀어라”란 경찰의 권유뿐이었다.

경찰의 무대응이 있은 후 부인은 더욱 활기차게(?) 폭력에 힘을 쏟았다. 집기를 던지는 것은 다반사다. 한 번은 다리미에 가슴을 맞아 갈비뼈에 금이 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박 씨는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을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돌아올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 여자에게 맞고 살까’하는 세간의 비웃음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박 씨는 “퇴직 후 아내에게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도 나의 위치는 사라진지 오래”라며 “주위에서 나를 하찮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아내의 폭력만큼이나 힘들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에게도 폭력 세습

아내의 폭력은 남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자녀에게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서울에 사는 이 모(32)씨는 남편은 물론이고 자녀들에게 마저도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웃주민들도 그녀의 난동에 문제를 느껴 말려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걸핏하면 무능하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아이들 역시 말을 듣지 않는다며 발길질을 해댔다.

한창 부모를 배울 나이에 어머니로부터 폭행을 당하며 자란 아이들. 이 씨의 아이들은 이 씨와 마찬가지로 폭력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아이들의 담임교사는 “아이들이 너무 폭력적이어서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호소할 정도”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 씨 자녀들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집안에서 어머니에게 매 맞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이들은 아버지를 얕잡아 보며 “XXX"라고 욕하기 일쑤였고 칼로 위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행동은 일상에서 어머니가 행하는 폭행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있다.

아동신경전문의 김희숙 씨는 “아이들의 폭력적 행동은 부모 즉, 아버지 어머니가 평상시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폭력적 성향을 보일 확률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의 남편인 조 모(41)씨는 “나는 괜찮지만 아내의 폭력에 아이들이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차라리 죽고 싶다”라며 “아이들이 저렇게(폭력적으로) 변한 것은 다 내가 못난 탓이다”라고 한숨 쉬었다  
 
경제력 상실한 남편들 그리고 커지는 여권신장

이처럼 가정을 먹구름 속으로 이끄는 가정폭력. 그럼 대체 매 맞는 남편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가.
전문가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는 반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여성의 권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은 “여성들의 권위가 신장되면서 성 평등을 요구하는 등 당당해지고 있다”라며 “최근 경제적인 이유로 실제 피해 상담 사례 역시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대부분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여성은 다혈질적이며 폭력적인 성격”이라며 “이에 반해 남편은 여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으로 자신이 아무리 해를 입어도 가정파괴를 막기 위해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피해자 가정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또 “남자가 여자한테 맞았다는 수치심에 피해자는 남들에게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하고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이런 그들을 받아 줄 장소가 마땅히 존재하지 않아 이들이 어디가 하소연할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성단체인 빛나는 여성의 최연희 간사는 “가정파괴를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싸움의 원인이 될 만한 원인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경제력 상실이 문제라면 취직과 같은 경제력 획득 노력을 해야 하며 대화로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고 폭력이 참을 수 없이 심해질 때에는 과감히 경찰에 신고해 법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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