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영자 부사장 '딴살림' 밑그림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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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영자 부사장 '딴살림' 밑그림 어디까지 왔나
  • 권민경
  • 승인 2006.09.22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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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잇따른 가족 회사 설립, 신사업군 확보" 추측

차녀 장선윤 이사 "롯데 명품사업 통해 신 회장 총애"

▲ <롯데쇼핑 신영자 부사장>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올해 2월 롯데쇼핑의 상장을 진두지휘한 신동빈 부회장은 명실공히 '포스트 신격호' 시대를 이끌 후계자로 자리를 굳혔다.

물론 잇따른 M&A 실패 등으로 인해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그가 롯데를 이끌 차세대 주인공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신 부회장의 보폭이 커질수록 그 반대의 경우인 사람이 있다.

바로 신 부회장의 누나이자 한때 롯데쇼핑의 실세로 불렸던 신영자 부사장. 신 부사장은 상장을 목전에 둔 지난 1월 중순 롯데쇼핑의 등기이사 명단에서 갑작스럽게 빠졌다.

신 부사장이 이사진에서 제외된 이유를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설' 등을 비롯 이런저런 추측들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롯데 측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사실" 이라며 일축해 버렸지만 업계에서는 롯데 내부의 세력에 판도 변화가 온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롯데 내부에서 한걸음 물러선 듯 보였던 신 부사장. 그러나 최근 신 부사장과 그의 자녀들이 보이고 있는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 뒷걸음질치는 행보 뒤에 또 다른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롯데 명품사업 '신 부사장+장선윤 이사' 체제로 가나

일단 신 부사장 자녀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차녀인 장선윤 이사다.

장 이사는 신 부사장의 뒤를 이어 현재 롯데 쇼핑 명품사업부문에서 활발한 경영참여를 펼치며 주목을 끌고 있다.

1997년 롯데에 입사한 장 이사는 지난해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 개점 작업을 이끌며 신격호 회장에게도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칭찬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한 신 회장은 에비뉴엘 개관이 마무리된 뒤 신 부사장과 장 이사에게 "애 많이 썼다"며 칭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장 이사는 지난해 이사 대우로 승진한데 이어 올해 초 인사에서 '대우' 꼬리표를 떼며 또 한 단계 올라섰다.

또 최근에는 롯데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해외 시장인 중국방문길에 신 회장과 함께 동행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어머니 신 부사장을 대신해 그룹 내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쌓아가고 있는 장 이사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신 부사장이 장 이사와 향후 롯데쇼핑 명품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명품 사업은 롯데그룹과 신 부사장 측 모두 큰 불만 없이 나눌 수 있는 몫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

한편 장 이사를 제외한 신 부사장의 다른 자녀들은 어떤 행보를 하고 있을까.

장녀인 장혜선씨는 작은 규모의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막내인 장정안씨는 롯데쇼핑 과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2004년 결혼과 함께 휴직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상태다.

주목할 만한 인물은 신 부사장의 장남 장재영씨. 그동안 롯데 2∼3세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장씨였지만 최근 그의 행보에 재계가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남 장재영씨 소리 소문 없이 실탄 확보 중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이 연말 배당금으로 20만원을 받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긴 회사 길래 그런 가공할 만한 배당을 한 것일까.

주인공은 롯데 비상장 계열사인 유니엘과 비엔에프 통상이라는 회사. 이 두 회사는 지난해 주당 4천%의 배당률을 기록한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신 부사장의 장남이자 신 회장의 외손자인 장재영씨다.

지난 1991년 설립된 유니엘은 원래 제영상공이라는 회사명을 쓰다가 2003년 유니엘로 바꿨다. 본사도 안산시 목내동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옮겼다.

유니엘은 롯데쇼핑의 인쇄물을 독식하고 있는 회사로, 현재 롯데백화점, 마트 등의 전단지 제작과 각종 판촉물, 광고물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374억원에 45억원의 흑자를 남겼고, 2004년에는 443억원의 매출을 올려 67억원의 순익을 거둔 알짜배기다.

장씨는 유니엘의 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 전체 지분의 89.3%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친인척인 장지황씨 등이 갖고 있다.

몸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장씨는 현재 경영에는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배당을 통해 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니엘은 지난 1999년 주당 5만원(1천%)에서 2000~2001년에는 주당 15만원(3천%), 2002년부터는 매년 주당 20만원씩 (4천%)라는 어마어마한 배당을 한 것. 결국 장씨는 1996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회사로부터 총 10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받은 셈이다.

그런가하면 비엔에프 통상 역시 장씨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해외명품 의류 및 화장품을 수입하는 비엔에프통상은 지난 1994년 '새니통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2003년 비엔에프 통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 베네통, 랑방, 엘리자베스 아덴 등 해외명품 의류 및 화장품을 비롯 프레쉬, 캠퍼, 스위스 라인 등 수십종의 해외 의류 브랜드를 수입하며 롯데백화점에 매장까지 갖고 있는 중견수입업체다.

이 회사 또한 장씨가 99.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고 신 부사장의 세 딸인 장혜선, 선윤, 정안씨가 모두 이사와 감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어 가족회사나 다름없다.

비엔에프 통상은 지난해 매출 224억원에 순이익 24억 5천만원(경상이익 34억원)을 올렸고, 재작년인 2004년에는 225억원 매출에 16억원의 순익을 올렸으니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순익은 30%나 늘어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엔에프 통상 역시 지난해 2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했는데, 이 가운데 19억 9천만원을 장씨가 받았다는 점. 장씨가 받은 배당금은 액면가 대비 40배인 주당 20만원, 배당률은 무려 4천%에 달한다.

신 부사장, 잇따른 가족 회사 설립 이유는?

한편 신 부사장과 그 자녀들이 소유한 가족 회사는 또 있다. 지난해 설립한 시네마통상이라는 회사가 그 주인공.

요즘 롯데가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네마사업본부 산하의 계열법인인 이 회사 역시 지분 구조를 보면 신 부사장의 가족 회사나 다름없다.

2006년 9월 현재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28.3%를 가지고 있는 신 부사장이고, 그의 세 딸이 모두 5.7%∼7.6% 보유해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시네마통상의 주요 업무는 롯데시네마 매장 관리와 인력 관리다. 사업 내용으로만 본다면야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롯데가 영화 사업에 꽤 정성을 들이고 있고, 롯데시네마의 영화관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할 만 하다.

롯데시네마는 2008년까지 영화관 수를 현재 23개에서 45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시네마통상이 얻게 될 수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 부사장과 자녀들은 그룹 내에서 혹는 유니엘, 비엔에프 통상, 시네마 통상 등 알짜배기 독립 회사들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회사를 다 모으면 연 매출 800∼900억 원대의 중견 사업군이 형성된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트 신격호 시대가 시작된 만큼 신 부사장도 나름대로의 대안을 준비했을 것" 이라며 "만약 신 부사장이 롯데그룹 내에서 입지가 점차 좁아지게 된다 해도 별도의 가족 회사를 통해 이미 꽤 탄탄한 규모의 사업군을 마련해 놓은 것 같다" 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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