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감원, 2%가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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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감원, 2%가 아쉬운 이유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6.10.17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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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진 산업부장.

[매일일보] “하루만 늦어도 문자해, 전화해, 찾아오겠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정작….”

회사원 A씨는 최근 황당하고도 울화통이 터지는 경험을 했다. 몇 년 전 지인의 대출 연대보증을 섰던 게 화근이었다.

지인의 대출 상환 만료일은 올 4월께였는데,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최근 난데없이 한 대부업체로부터 ‘차주의 연체이자를 상환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아 어찌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A씨를 대신해 기자가 해당 대부업체를 비롯해 기존 채권 은행에 문의를 해보니, 은행 측이 대부업체에 연대보증 대출 채권을 9월 초 매각했다는 답변을 얻었다.

A씨는 “연대보증인은 차주(채무자)와 동일한 상환의무를 가진다며 하루만 연체 됐을 때도 문자하고 전화하더니, 대부업체에 채권을 매각할 때는 아무런 양도에 대한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A씨 경우처럼 제2금융권 속하는 저축은행 등이 대부업체에 대출 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신용 등급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민주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 6월까지 22개 저축은행은 A씨의 대출채권과 같이 총 1406억원의 정상채권(부실채권 포함)을 대부업체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상채권매각 규모는 OSB저축은행이 7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세종(190억원), 현대(150억원), 인성(93억원), 엠에스(58억원) 순이었다.

이에 금감원도 올해 5월부터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 대출채권에 대한 대부업체 매각 금지’ 권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 조치는 강제성이 없어 저축은행은 여신비율을 (유지)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대부업체에 매각(시도)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도 많고, 인력도 많지 않아 민원이 제기되지 않는 이상 사인간의 분쟁을 가지고 전수 조사에 착수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 5월부터 연대보증 대출 채권 매각 금지에 대한 행정지도를 펼치고 있지만,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금감원도 연대보증에 대한 서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은행 등 1금융권에 대해, 2013년부터는 2금융권에 대해 신규 연대보증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단 2%가 모자라 아쉬움이 남는다. 금감원은 최근 국감에서 제윤경 의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2금융권의 대출채권 매각행태를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루 아침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기자가 취재할 때만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더니 국회의원이 지적하고 나서야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을 바꾼 것은 금감원의 이중적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감원 뿐만 아니라 국가 모든 기관이 사건‧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나서는 행태는 끊임없이 지적받아왔든 일이다.

이 2%만 고쳐도 국민에게 존경받는 국가 기관이 될 테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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