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트업 자금조달, 마중물에 그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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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타트업 자금조달, 마중물에 그치지 않으려면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6.10.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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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김현정 기자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저성장 탈출 해법으로 창업가 정신이 강조되면서 벤처·스타트업 자금조달을 위한 국내 시장 조성도 다변화되고 있다. 기존 비상장주식 장외 매매시장인 ‘K-OTC'가 전신 ’프리보드‘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거래 활성화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충분한 제도 개선을 통해 신생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 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해 오던 프리보드는 장기간 거래 침체로 유명무실해지면서 고사 직전에 처했다는 비판에 2014년 7월 K-OTC로 개편됐다.

그러나 명칭과 제도를 새롭게 했는데도 거래는 여전히 활기를 띠지 못하고 기대했던 만큼의 활성화가 나타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하반기 기술집약형 스타트업 기업에 특화한 장외시장인 ‘KRX 스타트업 마켓(KSM·KRX Startup Market)’을 개설할 예정이고 민간에서도 기존 벤처캐피탈(VC)이나 증권사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를 넘어 민간 증권사 차원의 크라우드 펀딩 형태 스타트업 자금조달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개인 소액투자자들이 온라인으로 자금을 모아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 등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신생 기업이 기틀을 잡고 성장하도록 돕는 제도적인 장치가 다양해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제도를 잘 마련해 대응하지 않으면 기존 시장들처럼 시작만 요란하고 별다른 활성화 결실을 맺지 못하는 ‘용두사미’로 시들 우려가 있다.

선제적인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해보인다.

관련 연구소들도 자본시장법이나 증권업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제기한다.

가령 미국 장외 주식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장외 주식 유통은 자본시장법 자체의 엄격한 해석 적용을 받아 실질적으로 원활하게 주식이 거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장외 주식의 보유기간 제한이나 정보제공 요건이 없어서 규제가 까다롭지 않은데 이런 부분이 오히려 정보 불균형을 초래해 매매 체결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충분한 주식정보 공유, 정보 접근성 부분은 효율적으로 거래가 체결되기 위해 필수 요소인데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또 미국이 증권법 규제의 틀 안에서 비공개주식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벤치마킹하거나 참고할 필요성도 있다고 연구소들은 제언한다.

가령 미국의 비공개주식 유통 플랫폼인 세컨드마켓, 셰어포스트는 2012년 4월 잡스(JOBS)법을 제정하면서 등록주주 수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룰(Rule) 506(c)'를 신설해 공개적 청약권유 광고를 허용하는 등의 시장 활성화 조치를 취했다.

오히려 장외 주식 유통 규제를 완화해 양성화함으로써 무허가 거래시설이나 투자중개업자를 통한 끼리끼리 알음알음 투자 관행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내 장외 주식 투자자들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정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민관 주도로 벤처·스타트업 자금조달 시장을 여럿 개설해도 마중물로 그칠 뿐 자본의 선순환을 이루는 우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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