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습기 살균제 치약’, 이제는 씁쓸한 웃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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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습기 살균제 치약’, 이제는 씁쓸한 웃음만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6.10.05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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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됐던 유해물질인 CMIT·MIT 성분이 매일 우리의 입 안에 사용된 치약에 함유됐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CMIT와 MIT는 알레르기성 피부염과 기침,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아모레퍼시픽 메디안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 성분이 검출되면서 식약처로부터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사과와 환불 조치를 했으며, 식약처는 회수 대상 제품에서 발견된 CMIT·MIT 잔류량은 극소량이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번에 치약에서 발견된 CMIT·MIT는 극히 소량으로, 인체에 영향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우려와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최근 5년간 수백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기업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부에게 큰 실망감이 들어 이제는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물론 제품을 보존하기 위해 화학성분이 들어갈 수는 있다. 극소량을 따질 것도 아니다. 문제는 함량이 많고 적음을 떠나 어떤 제품에 유독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기업, 정부 그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식약처는 치약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하는 국내법상 해당 성분을 허용하지 않을 뿐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함유 성분의 유해성과 안전성을 철저하게 검증해야하는 식약처가 태만 아니면 무능이지 싶을 정도다.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가습기 살균제가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 식약처가 해당 물질의 생산·유통·사용 실태를 철저히 파악해 함유된 생활용품은 회수하도록 하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를 단단히 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이 오랜 기간 그냥 지나쳤다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위험에 노출될 뻔 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무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아 천만 다행이지만, 비극적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겪고도 유독물질 관리 수준과 국민 안전이 개선된 게 없음에 깊은 한숨만 나온다.

또한 치약 제조업체 전수조사를 통해 총 10개 업체, 149개 제품에 CMIT/MIT 성분이 포함됐다는 것을 보고, 현재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매일 같이 쓰는 생활용품 속에서도 유해물질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절로 신경이 곤두선다.

이미 불신 가득인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고 유해 물질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치약 뿐만이 아닌,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철저한 조사와 엄격히 기준 마련 등 종합대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안일한 독성 물질 관리 감독과 뒷북치기식 일처리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참화를 막을 수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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