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민국,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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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9.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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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추석 연휴를 바로 하루 직전 앞두고 한창 들떠있던 지난 12일 경주 지역을 강타한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케 했다.

경주는 일본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의례적으로 발생해 큰 피해를 내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지난 20일 건설산업연구원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내놨다. 전국 학교 시설의 78%와 서울 지하철 시설의 40%가 법적 내진설계에 미비하다는 자료를 발표한 것.

이영환 건산연 연구본부장에 따르면 전국 학교시설 총 2만131동 가운데 약 78%에 달하는 1만5653동이 법적 내진성능에 미달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서울시 학교시설 개·보수 예산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더욱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지진 발생 시 미비한 내진 설계로 인해 무너진다면 미래세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학교 시설만 미비한 것이 아니다. 천만 서울 시민이 매일 출퇴근과 이동을 위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도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서울시 지하철 1∼4호선 총연장의 약 40%(53.2km)가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철 1∼4호선의 일일 수송인원이 730만명에 연간으로는 15억명에 달하는만큼 자칫 지진이라도 나면 큰 인명피해가 엄청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가용면적이 좁은 탓에 대부분 가구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주요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들은 지진에 얼마나 안전할까.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물에 내진설계를 필수적으로 하도록 건축법이 제정됐다. 이후 2005년부터는 이 기준이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으로 강화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1988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와 1988년부터 2005년까지 17년간 지어진 3층 이상 5층 이하 아파트, 2층 이하 연면적1000㎡ 이하 공동주택은 여전히 지진으로부터 취약하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내진설계 대상인 전국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주택 등) 36만 동 가운데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주택은 17만 동으로 내진율은 47.2%에 불과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건물로 확대시키기로 했지만 이미 그전에 지어진 건물들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내진 설계가 더욱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2~3년 전부터 지어지고 있는 신규 아파트의 경우 강진 6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철근과 콘크리트 강도를 강화해 건설하고 있어 지진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주공간이 지진의 강도를 테스트 하는 시험대가 되는 일은 물론 당연히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대로 천재지변인 지진 발생 시 정말로 저 수많은 아파트들이 안전할지에 대해서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은 본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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