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정유업계, 하반기 중국發 공급과잉·低유가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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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정유업계, 하반기 중국發 공급과잉·低유가 먹구름
  • 김백선 기자
  • 승인 2016.09.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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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7월 경유 수출 181%↑···비정유 부문과 정제마진은 회복 기대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대 이익을 냈던 상반기와 달리 정제마진 약세,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등이 겹치면서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4사의 영업이익은 총4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호실적은 정유업계의 상반기 경영 환경이 지금과 달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1분기의 경우 저유가로 원유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미국·인도 등 주요 석유 소비국의 수요가 늘면서 정제 마진이 커졌다. 올 1분기에만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1분기의 2배에 가까운 영업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2분기부터는 정제 마진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의 호재로 국내 정유업체는 1분기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정유업체가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40여일 정도의 기간 동안 국제 유가가 올라갔고, 제품을 팔 때 유가 시세에 맞춰 값을 높이 받아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제마진 약세와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등이 겹치면서 3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싱가포르 정제 마진은 올 1월 배럴당 평균 9.9달러에서 7월 4.8달러로 반 토막 난 데 이어 8월에는 3.9달러까지 떨어졌다. 일별로는 배럴당 2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이 같은 정제마진 추락은 전세계 석유제품의 소비 둔화와 재고 증가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정제마진이 높았을 때 전세계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높이면서 공급량이 상당히 늘었지만,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석유제품 소비는 둔화됐다”며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현재 각 정유사들의 재고량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업계가 입을 충격 또한 상당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뚜렷해진 가운데 석유제품의 수요 또한 크게 위축되면서, 남아도는 물량을 수출로 돌리고 있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실제 중국의 7월 경유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8%, 휘발유는 145.2% 증가했다.

다만, 정유업계는 2분기보다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실적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비(非)정유 부문 호조세가 정유 부문 실적 악화를 상당 부분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정유업체는 사업 다각화로 영업이익에서 비정유 부문 비중이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를 석유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에서 올렸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40%를 넘기거나 육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다시 회복세를 찾으면서 정유사들의 하반기 영업 전망에도 긍정적 신호가 감돌고 있고, 글로벌 정유업체들이 9월 들어 본격적인 정기 보수에 돌입해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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