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관 박사의 신바람 건강법] 소리없는 살인자 고혈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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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관 박사의 신바람 건강법] 소리없는 살인자 고혈압
  • 이재필
  • 승인 2006.09.0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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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심한 고혈압으로 저를 찾아온 L씨(59).

젊어서 갖은 고생을 다한 끝에 맨손으로 큰 사업체를 세개나 일으킨 분인데 요즘 고혈압이 심하고 당뇨까지 겹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의욕은 있지만 몸이 말을 안들어 회사까지 자식들에게 맡기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습니다.

생긴 것부터가 고집불통으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성격입니다. 고혈압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대개 작은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성급해서 화를 잘 냅니다.

그는 40대 초반에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알았지만 아무 증상이 없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무시했습니다. 고혈압은 중증이 되기 전에 별다른 징후가 없어 흔히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70∼80%인 경증 환자들이 치료를 게을리 하다가 결국 중증으로 변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L씨도 『혈압 높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라며 마음놓고 있다가 다급해지자 병원으로 뛰어온 것입니다.

『고혈압에는 운동이 큰 도움이 됩니다. 하루 30분∼1시간씩 일주일에 5, 6일 숨이 조금 찰 정도로 운동하세요』

이런저런 설명을 하자 그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는 대뜸 반문했습니다.

『아니 운동을 하면 혈압이 올라가는데 웬 운동입니까』

『운동할 때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몸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겁니다. 혈압 오르는 것을 염려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운동부족으로 비만해지고 고혈압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찬찬하게 설명하고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자신의 신체조건과 알맞은 운동법을 객관적으로 제시하자 비로소 그는 믿는 눈치였습니다. 임상실험을 통해 보면 1백80/1백㎜까지의 고혈압 환자는 약을 별로 쓰지 않고 6개월 가량 꾸준히 운동하면 얼마든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운동종목은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이 좋습니다.

가벼운 고혈압이라면 온몸의 긴장을 완화해주는 체조를 틈틈이 하고 출퇴근길에 20∼30분 걷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30대의 가벼운 고혈압 환자는 조깅이 권할만 합니다.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30분간 3∼4㎞ 가볍게 달리는 게 좋습니다. 40대 이후에는 빠르게 걷기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고혈압이면서 허리가 약하거나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은 수영이 괜찮습니다. 고혈압이 심한 노인은 수영할 때 폐의 부담이 적은 배영을 주로 권합니다.

골프도 여유있게 걸으면서 스윙하는 정도가 좋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내기를 심하게 한다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습니다.

고혈압환자는 운동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추운날 이른 아침에는 운동을 피할 것 △식후에 바로 운동하지 말 것 △충분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따뜻하게 한 후 본운동에 들어가고 정리체조도 잊지말 것 △날씨가 추울 때는 실내에서 운동할 것 △운동이 끝난 후 땀이 식은 상태에서 오래 있지 말 것 등입니다.

두달후 저를 찾아온 L씨는 운동효과가 나타난다고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 말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앞으로 운동하지 않으면 먹지도 않고 하루일과도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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