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진해운 사태, ‘네 탓’보다 수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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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진해운 사태, ‘네 탓’보다 수습이 먼저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6.09.20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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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가 악화일로다. 물류대란으로 인해 지역 해운·항만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린 것은 물론 수출기업들 역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민간업체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와 신용도마저 흔들릴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현재 처한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네 탓’만을 하고 있는 정부의 작태다. 정부는 현재 한진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으면서 현 상황의 모든 원인을 한진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 기업과 총수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현 상황을 초래한 것은 해운업계의 오랜 불황뿐만이 아니라 경영진들의 부실경영도 한 몫 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은영 전 회장이 법정관리 직전 주식을 팔아치워 홀로 손실을 모면했다는 ‘모럴해저드’ 논란은 두고두고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 역시 잘 한 게 없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물류대란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정부는 부실경영으로 천문학적 손실을 낸 대우조선에는 꾸준한 지원을 한 반면, 한진해운에게만은 유독 원리원칙을 들이대며 지원을 거부하는 등 일관성 없는 지원책으로 업계의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더욱이 유동성 위기를 스스로 벗어날 여력이 존재하지 않아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에 그 이상의 ‘책임있는 태도’만을 반복해서 요구하는 것은, 과연 정부가 정부로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은 ‘네 탓’을 할 때가 아니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 행정적·법적 절차를 밟아 규명하면 될 일이며, 코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 등을 통해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려내면 된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사태에 대한 수습이다. 더 이상의 물류대란을 막고, 2차, 3차 연쇄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주도하에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불필요한 네 탓 공방은 잠시 미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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