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경영권 승계 '클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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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경영권 승계 '클린 바람'
  • 김준성 기자
  • 승인 2006.09.05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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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한진重·LS전선 등 시장 통해 정상적 지분 매집

삼성 이재용 상무나 기아차 정의선 사장 등의 경영권 편법승계로 어수선했던 재계에 경영권을 정상적 방법으로 물려주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재벌 1세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상속세를 떠맡다 보면 때로는 재산의 일부을 팔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당연히 지분율은 1세 때 보다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자녀에게 합법적 방법으로 경영권을 넘겨주고자 하는 재벌 2,3세는 자금이 생길 때마다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는 것이 최고의 대안이다.

최근 재벌가에는 '대기업=불법집단' 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경영승계의 모범을 보일려고 노력중인 케이스가 있다. 바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7월 중순 한화 주식 200만주를 세 아들인 동관, 동원, 동선씨에게 약 476억원을 들여 각각 100만주, 50만주, 50만주씩 팔았다.

이날 거래는 장 마감 후 당일 종가 기준으로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동관, 동원, 동선씨는 각각 한화 주식 4.41%, 1.66%, 1.66%를 획득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증여에 대해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 대답이 하나같이‘금융소득이나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받은 것’이라고 솔직히 말한다는 점이다.

떳떳이 증여받고 증여세를 내면 문제삼을 것이 뭐 있느냐는 것이다. 그야말로 경영승계 정석코스를 밟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관씨와 동원씨가 각각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재학중이고 동선씨는 고등학생이지만 경영승계 작업은 시작됐다”고 관측했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도 조금씩 자녀에게 지분을 넘겨 향후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조 회장은 지난 6월말 장남 원국씨(30)와 둘째 민희씨(26)에게 각각 3만1400주를 장내매각 형태로 팔았다.

6월 23일자로 원국씨는 2만880주, 민희씨는 2만1000주를 샀고 4일 뒤인 27일에는 원국씨가 1만520주, 민희씨는 1만4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원국씨와 민희씨의 동일 매입으로 지분율도 0.19%로 동일하다. 이들은 지난 3월에도 각각 3000주씩 매입한 적이 있다.

원국씨는 곧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즉시 경영수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LS전선 구자열 부회장도 마찬가지로 장남 동휘씨(24)에게 LS전선 주식 1만4800주를 5억원을 들여 지난 5월에 매각했다.

구 회장이 본인의 지분을 자녀에게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동휘씨는 지분율이 1.1%로 늘어난 반면 구 회장은 3.5%로 낮아졌다.

동휘씨 역시 현재는 군복무중이지만 제대를 하고 나면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LIG손해보험 구자원 명예회장 장남인 본상씨(36)도 지난 5월 다섯 차례에 걸쳐 친누나 지연씨(40)로 부터 LIG손보 주식 30만주를 본인자금인 49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로써 본상씨는 지분이 5.19%에서 5.69%로 늘어났다.

본상씨는 지난해 6월 구 회장으로 부터 100만주를 사들여 이미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상태이다.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 외아들인 경선씨(20)도 지난 5월 장내에서 현대해상 주식 2000주를 2900만원을 들여 첫 매입했다. 지난 7월에는 2만4400주를 더 사들여 지분율이 0.002%에서 0.03%로 늘어났다.

이런 재계 일각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업계의 입장은 어떻든 편법을 쓰지 않고 지분을 매입한 것은 경영승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한편 과거 재벌들의 동그라미형 순환출자로 문제됐던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안을 마련중에 있다.

과거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로 그룹 계열사들 출자 범위를 순자산의 25% 내로 제한한 바 있지만 동그라미형 순환출자는 막지 못했다.

도리어 대기업 투자는 막고 비리만 양산시켰다.

동그라미형 순환출자는 재벌가에서 편법 경영승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기업간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흐리도록 만들어 내외부 통제시스템의 작동을 마비시켰다.

권오승 공정위 위원장은“그 대안으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동그라미형 순환출자를 전면 규제하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비상이 걸린 듯 했지만 곧이어 사회 일각의 분석에서 동그라미형 순환출자를 전면 규제해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외에는 별 효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국회나 여당을 비롯한 재경부, 산자부 등에서는 대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출총제를 폐지하자는 움직도 나타나고 있다.

출총제를 폐지하면 그 동안 규제를 담당해 왔던 공정위 역할이 상당부분 줄어 든다.

이에 권 위원장은“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출총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어렵다”며“10월말까지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이 생각하는 대안은 크게 3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동그라미형, 사다리형, 다단계형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과 일본식으로 일정규모 이상 순환출자 확대를 금지하는 방안, 영국식으로 순환출자 현황을 적절히 공시하는 방안 등이다.

그렇다면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중 15개 그룹은 모두 동그라미형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15개 그룹이 현재는 개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동그라미형 순환구조에 조금씩은 얽힌 것으로 나타났다.

15개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롯데, 한진,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동부, 현대, 대림, 동양, 현대백화점, 한솔, 영풍이다.

그렇다면 이들 그룹들이 동그라미형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어느 정도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것일까.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후신인 경제개혁연대에서는 삼성 등 15개 그룹이 총 4조4000억원의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주가(8월11일 종가)와 순자산가액(3월말 기준, 비상장시)를 토대로 계산한 금액이다.

가장 많이 팔아야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으로 2조333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대차가 가진 기아차 지분을 매각한다는 가정에서다.

그 다음으로는 삼성그룹이 1조1869억원의 지분매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화재 지분 등을 매각한다는 가정에서다.

그 다음이 현대중공업그룹으로 469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에서 현대중공업이 가진 삼호중공업 지분을 판다는 가정에서다.

그 외에도 SK그룹은 2296억원의 지분매각이 필요하고 동부그룹은 781억원, 롯데그룹은 473억원, 한진그룹은 402억원 등의 순으로 지분매각이 필요하다. <매일일보닷컴제휴사=토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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