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하청업체에 폭력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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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하청업체에 폭력 사주?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9.0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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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것들은 매로 다스려야해”

▲ <용역직원들이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향해 물품대차를 앞세워 돌진하고 있다>
[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기아자동차가 노사 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하청업체 비정규직직원들과도 마찰을 빚고 있어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직원들이 파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내에 위치한 하청업체 js인더스트리.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1일 기아자동차노동조합 화성지부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공동투쟁 일정을 쟁대위에서 결정,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이 파업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 측은 사내하청 업체인 js인더스트리 측이 용역 직원을 투입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하청업체 폭행사건. 원청 사주?

지회가 제시한 14일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js인더스트리 측은 물품대차로 노동자들을 향해 돌진하여 들이박고, 여성조합원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다 깔아죽이겠다”며 지게차를 몰고 노동자들에게 돌진하려 했다’고 한다. 

특히 비정규직지회 측은 이에 대해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js인더스트리로 하여금 폭력을 휘두르게 지시한 것은 기아자동차 원청”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지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차별을 없애고자 의사를 전달한 것뿐인데 폭행을 당했다”라며 “폭행을 행사한 js인더스트리의 뒤에는 원청(기아자동차)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원청이 폭행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파업을 했을 당시 이번과 마찬가지로 용역 깡패를 동원했던 적이 있었다”라며 “그 당시 원청이 연관이 됐었고 당시 공장장이자 현재 js인더스트리 사장 조 모씨가 사과문을 발송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때와 상황이 똑같다. 그리고 당시 현장에는 원청에서 파견된 관리자들이 있었으며 그들이 사장 조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js인더스트리는 사내하청업체다. 여건상 용역 직원 40여 명을 고용할 능력이 안된다. 원청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다”라며 이번 폭력 사건의 뒤에는 기아자동차가 버티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기아자동차는 하청업체에게 폭행을 지시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을 위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 30~31일, 이틀에 걸쳐 사건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이틀이란 시간동안 화성공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답변은 “폭행사건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해 대답해줄 수 있는 부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어떠한 답변도 해줄 수 없다”는 의심스런 말 뿐이었다.

하청 비정규직직원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럼 하청업체와 원청, 그리고 하청업체 비정규직직원들을 무엇을 이유로 대립하게 되었을까. 하청업체 비정규직직원들은 “우리는 회사에서 폭력을 행사할 만큼 무리한 요구를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비정규직지회의 한 관계자는 “원청은 시설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권강권 등 많은 부분을 착취하고 있다. 정규직원이 아닌 단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고로 다리가 잘렸다고 한다면 원청은 이를 무마하는데 급급할 뿐 희생자를 위해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노동에 합당한 임금인상과 ‘원청사용자성’만을 들어주길 바랄 뿐이다”라며 “원청회사와 합의에 따른 노동안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고용과 관련해 계약해지를 하기 3개월 전에 미리 통보, 서로 간에 조율을 이뤄 나가는 것이다”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정규직 직원들과 비교해 적은 임금과 근로환경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의 요구사항은 많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불안한 고용처지를 지켜줄 수 있는 사측의 약속과 노동에 적합한 임금만이 요구조건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마저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하청업체와 이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원청. 퇴근길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한숨은 오늘도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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