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억대 아파트 광고모델들 다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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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억대 아파트 광고모델들 다 어디로?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8.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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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브랜드 아파트 출시, 건설사 앞다퉈 유명 배우 광고 모델 사용
주택시장 침체와 함께 건설사 군살빼기, 홍보비용부터 절감
모바일, 인터넷 등 홍보채널 다변화로 배우 의존 TV 광고 꺼려
2000년대 초반 대형 건설사들의 자사 아파트 브랜드 광고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GS건설 ‘자이’ 모델 이영애, 삼성물산 ‘래미안’ 모델 신민아, 포스코건설 ‘더 샵’ 모델 장동건., 대우건설 ‘푸르지오’ 모델 김태희. 사진=각 건설사 제공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한 때 TV를 틀면 탤런트 이영애가 GS건설이 짓는 자이 아파트에서 살면서 ‘명품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고 있다는 광고가 쉴 새 없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배우 장동건은 포스코건설의 브랜드 아파트인 ‘더 샵’ 전속 광고 모델로 9년간 활동하며 국내 아파트 광고모델 중 최장수 전속 모델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 유명 배우들이 건설사 전속 광고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점은 건설사들이 자사 시공 아파트 단지에 ‘브랜드’를 붙이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보통 아파트 단지명은 시공사인 건설사의 이름을 따 단순히 현대 아파트나 대림 아파트로 불리곤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들 브랜드 아파트들의 조속한 시장 정착을 위해 건설사들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유명 배우들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아파트 광고 모델로 배우 이병헌·신민아와 계약했으며 대우건설은 김남주·김태희를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 전속 광고 모델로 활용했다.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 광고 모델로 배우 채시라를, SK건설은 SK뷰 모델로 손예진을 선택했다.

이 밖에도 롯데건설은 롯데캐슬을 대표하는 모델로 장진영, 궁선영을 내세웠고 두산건설은 두산위브 아파트 광고 모델로 이미연 등과 계약을 맺었다.

결국 이들 아파트 광고 모델들은 브랜드 아파트가 막 시장에 선보이던 2000년대 초중반 당시 생소하던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를 대중에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이영애가 자이 아파트에서 정말 사는지 여부가 화제가 될 정도로 자이는 연예인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명품 아파트’로서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다.

장동건이 선전한 포스코건설의 ‘더 샵’도 ‘장동건 더 샵’이라고 불릴 정도로 역시 대중에게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은 IMF 구제금융 관리체제를 막 벗어나 주택시장이 한참 활황세를 타던 때로 눈만 뜨면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였다. 이 때와 맞물려 막 시장에 선보인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는 유명 배우들의 이름값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주택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자 건설사들은 마케팅 등 대외 홍보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첫번째로 비용 감축 대상이 오른 것이 바로 브랜드 아파트 광고 모델들이었다. 이들은 대다수가 유명 배우들로 결국 문제는 이들의 몸값이 너무 비쌌던 것.

2000년대 초중반 당시 GS건설의 ‘자이’ 전속 모델인 이영애와 포스코건설의 ‘더 샵’ 장동건의 연간 광고료가 1년에 7억원 수준이었고 이 밖에 이병헌, 김태희 등 유명 배우들의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전속 광고 모델 계약료가 연간 4~6억원에 달했다.

결국 GS건설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자이’ 전속모델로 인연을 맺어온 이영애와 2011년 계약을 해지했다. 포스코건설도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간 전속 계약을 맺은 장동건과의 광고 모델 계약을 2012년부터는 연장하지 않았다.

GS건설 관계자는 “과거 매년 수 억원씩 유명 배우에게 브랜드 아파트 광고료를 지급해왔지만 2010년 이후로 국내 주택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그런 과다한 부대비용을 들일만한 여유가 없어졌다”며 “이미 ‘자이’ 브랜드가 확실히 시장에서 최첨단의 명품 아파트 이미지를 확보 한만큼 더 이상 배우의 유명세를 빌리지 않고도 마케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TV광고에 치중돼 있던 2000년대 초중반과는 달리 2010년대로 넘어오며 인터넷, 모바일, SNS등 홍보 채널이 다중화 된 것도 건설사들이 자사 브랜드 광고에 유명 배우들을 굳이 쓰지 않게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2010년 이후로 약속이나 한 듯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광고 전면에서 유명 배우들이 사라졌다. 대신 각 건설사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SNS등을 통한 감각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삼성물산의 ‘래미안’,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대우건설 ‘푸르지오’,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등은 올해 들어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페이지를 또 다시 새롭게 개편하고 일방향 홍보가 아닌 소비자들과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더불어 대림산업은 2006년 채시라와의 광고 모델 계약 해지 이후 2010년부터 ‘진심이 짓는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유명 광고 모델 없이도 ‘e편한세상’ 브랜드의 재각인에 성공했다.

GS건설은 이영애와의 전속 계약 해지 이후 2011년부터 ‘메이드 인 자이’라는 자체 홍보문구를 새롭게 내세운 결과 큰 효과를 거둬 ‘포스트 이영애 이후 자이’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유명 배우와 전속 광고 모델 계약을 맺는데 들어가는 부대 비용을 줄여 아파트 자체의 품질 향상에 더욱 노력을 들이고자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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