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억지로 만든 ‘수평적 기업 문화’ 마냥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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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억지로 만든 ‘수평적 기업 문화’ 마냥 좋을까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6.08.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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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근우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회사 내 무너진 상하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작고 협소한 내수 시장의 한계로 인해 ‘글로벌’을 목표로, 저마다 외국의 사례를 빗대 ‘수평적 기업 문화’를 강조하고 이를 실천하려 노력중이다.

이는 더욱 효율적이고 빠른 업무처리를 가능하게 하고, 직원 사기와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으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벤처·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직 완전하게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정착됐다고 볼 순 없지만, 대체로 어느정도 흉내는 내고 있는 모양새다. 2000년대 들어선 국내 대기업 일부도 사원, 대리, 과장 등 직급 체계를 없애고 ‘님’, ‘매니저’, ‘파트너’, ‘프로(선수)’, ‘영어 이름’ 등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내에선 직급 폐지로 호칭을 통일하는 것만으로 큰 만족도가 없다는 평이다. 처음에 이름 부르는게 어색하단건 금방 적응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도 아니지만, 상명하복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또 직급 폐지의 경우엔 평직원급에서만 시행하고 간부·임원은 별개로 보고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어, 말단 직원들 사이에선 “괜히 밑에 사람들 끼리 분란만 만든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더불어 입사 1~10년정도까지 직급 구분이 없어 대외적으로 업무에 애로사항이 많아, 2가지를 섞어 쓰는 사례도 적지 않은 탓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외부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비생산적이라는 인상도 남긴다.

기자의 친구도 ‘님 문화’를 쓰고 있는 조직에 있어 물어보니, 보통은 이름과 성을 함께 붙여 쓰지만, 그냥 이름에 님만 붙이면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다는 은연중의 표현이기도 하고, 듣는 입장에서도 불쾌하다고 느낀다며, 일종의 미묘한 ‘기싸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건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회사는 회사고 일하러 온거지, 어디 놀이터나 마실나온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아무래도 신입보다는 조금이나마 경력이 있고 노하우가 있기 마련인데, 요즘엔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덮어놓고 거부하거나 무시하기도 해, 오히려 일하는데 감정만 상하고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시 직급제를 부활시키는 기업도 있다.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데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수평적 문화가 생겨날 수 있게 회사가 도와줘야하는 것이지, 호칭 통일이나 직급 폐지와 같은 겉치레는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선 맨위에서 억지로 만든 수평적 기업 문화이기 때문에 밑에선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봤다. 분명 장점이 있는 제도지만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형성된게 아닌만큼 크고 작은 부작용과 악용하는 일이 나온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군대와 같은 일방적인 명령 하달식 구조로 돌아가야만 한다는건 아니지만, 오히려 회사와 직원의 발전을 위해선 어느정도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유지하되, 수평적 문화를 보완해주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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