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흔들리는 韓 철강업계, 정부의 채찍질보다 지원이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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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흔들리는 韓 철강업계, 정부의 채찍질보다 지원이 우선돼야
  • 최수진 기자
  • 승인 2016.08.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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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한국 철강업계가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철강업계에 빨간 불이 켜진 것.

중국에 이어 미국, 인도 등이 한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주 수출대상 국가인 만큼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2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침체됐던 분위기 반전에 나선 철강업계에 이 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뼈아프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각고의 구조조정을 거쳐 수익성 강화에 집중해왔다. M&A로 덩치를 키우는 모습대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다.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자동차강판 수출 등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특수강 시장에 뛰어들면서 특수강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반덤핑규제에도 국내 철강업계는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가로 수출 비중을 집중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각 철강업체들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철강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과잉공급으로 전세계 철강시장을 어지럽게 했던 중국산 철강의 생산량이 조절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들도 다소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중국 정부의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 허베이강철과 서우두강철의 합병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철강 산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정부와 기업간 괴리감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철강업계이지만 지난 5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구조조정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다. 적절한 컨설팅은 필요하지만 짧은 기간과 외국의 컨설팅 업체라는 점 등이 컨설팅 결과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되려 현실적이지 못한 컨설팅 내용에 안정을 찾아가는 철강업계 구조조정에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도 국내 철강업계는 안팎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내몰려있다. 현장의 불만을 배제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구조조정보다, 해외의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제소하며 목소리를 내는 등 정부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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