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대주택이 드러낸 천민자본주의
상태바
[기자수첩]임대주택이 드러낸 천민자본주의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8.11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사회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행복주택, 청년주택, 뉴스테이 등 정부가 임대주택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에만 전국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3만9000가구를 모집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주거정책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복주택도 내년까지 1만5000가구 공급에서 2만가구로 확대됐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한다는 그 취지는 좋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한 언론사가 대전에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소개했다. 근방에 위치한 두 초등학교 중 한 곳은 전교생이 1200명인 것에 비해 다른 한 곳은 전교생이 160명 남짓 밖에 안됐다.

정상적이지 않은 비율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위장전입 등 심각한 기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질이 나쁠 것 같다’,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말을 걸기가 싫다’ 등은 어른이 아닌 초등학교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임대주택에는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나 범죄자가 많이 산다는 어른들의 편견을 아이들이 따라 읊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아이에게 임대주택이라는 주홍글씨 낙인이 찍힐까’, ‘혹여나 가난하다고 왕따를 당할까’하는 우려는 임대주택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입주예정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기도 한다.

임대주택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차별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 하루 이틀 이어져온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임대주택 정책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임대주택 기피현상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과제가 됐다.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 대신 보조금 형식으로 저소득층에게 주거지원을 해주거나, 일반분양과 공공임대 가구를 한 단지에 섞는 ‘소셜믹스’를 확대하자는 대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안들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문제인 천민자본주의를 해결하진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한 차별이나 갈등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구조에 뿌리 박혀있는 잘못된 인식의 ‘바로잡음’이 절실한 순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