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전과 활성화, 두 토끼 잡을 내력벽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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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전과 활성화, 두 토끼 잡을 내력벽 해법은?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6.08.11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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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9일 내력벽 철거를

이상민 건설사회부장

허용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부

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도시 재생 차원에서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을 활성화키로 하고 이를 위해 안전등급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주택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4월에는 아파트의 내력벽 철거 가능 여부를 진단, 내력벽의 철거 가능 한도를 결정하는 ‘안전진단 기준(안)’까지 마련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전면 재검토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니 꼭 8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국토부는 내력벽이 철거되면 하중이 가중돼 위험하다는 주장과 보강공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정밀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입장 번복의 이유로 제시했다. 또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국가연구개발 사업과제에 포함시켜 2019년 3월까지 정밀한 재검증을 거쳐 다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국토부의 입장 번복 이유도 옹색하기만 하다.

그럼 8개월 전에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던 당시는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리고 8개월 만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뀐 배경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하거나 태클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변화로 입게 될 주민들의 피해와 시장의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한데 이렇게 성급하게 입장을 번복한 배경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그동안 정부의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을 믿고 사업을 추진하던 곳들의 당혹감은 얼마나 클 것인가.

당장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에 달하는 그동안 리모델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설계 변경과 공기가 길어짐으로써 발생할 추가비용에 대한 정부 보전 요구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조합들의 사업 중단도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조합들이 적어도 수십억원 대의 피해를 떠안게 됐다며 이번 정부의 조치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리모델링조합 측의 주장이 그저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다.

정밀 안전진단도 없이 내력벽을 허무는 것은 명분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위험한 발상’이라는 건축업계 목소리도 십분 옳다.

문제는 정부의 졸속 정책으로 야기된 혼란과 피해를 누가 책임질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안전과 활성화, 어느 쪽도 잃지 않을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책은 일관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한 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시행에 따른 각종 부작용과 피해까지 면밀히 검토해 입안된 정책은 쉽게 바뀔리도 없고 국민들의 만족도도 높을 수 밖에 없다.

리모델링 사업 관련 정책은 시작부터 꼬여도 단단히 꼬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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