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켓몬 GO’에 밀린 대한민국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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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켓몬 GO’에 밀린 대한민국 ‘창조경제’
  • 홍승우 기자
  • 승인 2016.07.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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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잡으러 속초 갑니다.”

홍승우 경제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전 세계가 지난 6일 출시된 모바일 게임 ‘포켓몬GO’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포켓몬GO’ 광풍이 한창이다.

국내에는 아직 ‘포켓몬GO’가 정식출시 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미 여러 우회 경로를 통해 ‘포켓몬GO’를 설치해 즐기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국내 정식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포켓몬GO’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은 강원도 속초, 양양, 고성, 경북 울산 등이다.

이에 해당 지역 상인들은 때 아닌 ‘포켓몬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태초마을’이라고 불리고 있는 속초는 시장까지 나섰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SNS를 통해 속초에서 ‘포켓몬GO’를 즐길 수 있다는 홍보영상을 올리거나 만화 ‘포켓몬’에 나오는 ‘이박사’ 캐릭터로 분장하는 등 적극적인 ‘포켓몬GO’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이번 ‘포켓몬GO’의 열풍이 다소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창조경제만 외치던 정부의 무능함과 게임강국이라는 타이틀에 취해있던 국내 게임업체들의 자만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내세운 ‘창조경제’ 체제는 벌써 3년 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침체된 내수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동안 내수경기를 회복시키겠다고 내놓은 정부의 창조경제 기반 ‘궁여지책(窮餘之策)’ 역시 신통치 않았다.

‘포켓몬GO’는 단기간 내 해당 지역 관광객 수를 기존보다 10배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3년 동안 정부도 해내지 못한 실질적인 내수경기 활성화 방안이 뭔지 보여줬다.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방법이 도무지 없다는 말이 무색한 순간이다. 다만 지역 상인들의 바가지요금 기승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지역경제 활성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장르와 콘텐츠의 차별화에 인색했던 국내 게임업체들의 관행에도 일침을 가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국내 게임업체들이 내놓는 게임을 보면 비슷한 장르와 콘텐츠, 고사양의 스마트폰 성능에만 기댄 그저 그런 ‘고퀄리티 아류작’들이 즐비하다.

‘포켓몬GO’는 구글로부터 독립한 나인앤틱이 가장 널리 쓰이는 게임엔진인 ‘유니티(Unity)’를 이용해 만든 AR(증강현실)게임이다.

나인앤틱은 국내 게임업체들이 고사양 그래픽을 위해 게임엔진 ‘언리얼’에 집중하는 추세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결국 게임은 그래픽보다 게임성이 중요하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분명한 건 바다 건너 불어온 ‘포켓몬GO’ 열풍을 정부와 게임업계도 지금은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또 즐기더라도 우리만의 ‘콘텐츠’로 ‘포켓몬GO’를 뛰어넘는 색다른 열풍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단기간에 급조된 ‘땜빵형 콘텐츠’가 아닌 장기적으로 탄탄한 ‘콘텐츠’ 기반부터 다져야 놔야할 시점이다.

그 시점이 돼서야 경직된 내수경기와 게임업계 활성화 가능성이 겨우 두근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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