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승부조작은 프로선수로서 자긍심 저버린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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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승부조작은 프로선수로서 자긍심 저버린 행위
  • 매일일보
  • 승인 2016.07.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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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국 프로야구가 또다시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였다. 검찰은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을 승부조작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태양은 특정 경기에서 브로커와 짠 대로 상대팀 선수에게 일부러 포볼을 주는 등의 수법으로 경기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 문우람을 군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문우람이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현역병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11년 넥센 히어로스 입단 동기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인 2012년 봄에도 당시 LG트윈스 소속이던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들은 모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KBO도 이들에게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리며 야구판에서 퇴출시켰다. 일벌백계(一罰百戒) 의지를 보인 것이다.

KBO는 전직 경찰 출신으로 구성한 ‘암행관찰관’을 파견해 감시에 나서는 등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5월에는 법무부와 ‘배려, 법질서 실천 운동과 클린 베이스볼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승부조작 근절이 힘들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러다 보니 지금까지의 승부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승부조작이 프로야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와 농구, 배구 같은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그 위상이 남다르다. 그런 프로야구가 최근 들어 각종 추문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도박 파문에 성추문까지 발생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런데 이번엔 승부조작으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팬심으로 운영되는 프로스포츠가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KBO는 올해 관중이 사상 최초로 8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승부조작 파문은 프로야구 인기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가 되고 말았다. 이들은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야구계는 물론 야구팬들도 배신했다. 이는 프로선수로서의 자긍심(自矜心)마저 저버린 행위다. 이들로 인해 프로야구는 또다시 위기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KBO는 선수들이 승부조작과 도박 연루 혐의 등에 대해 야구팬들에게 사과하고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수들이 프로선수로서의 소양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한 이 같은 범죄행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야구팬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KBO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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