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강남3구 전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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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강남3구 전세시장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7.1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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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입주 물량 증가 ‘역전세난 현상’ 감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매 방학철마다 명문 학군 편입을 위해 전세 수요가 몰리던 강남3구 전세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있다.

17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아파트 전세값은 전주 대비 약세를 보였다. 각 구 별로는 강남구가 0.18%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어 서초구가 0.10%, 송파구는 0.01%씩 떨어졌다.

강남 3구 전세 시장의 약세는 월별 전세가로 비교해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 달 강남 3구 평균 전셋가는 지난 6월말봐 비교해서 0.07% 하락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강남 3구 전셋값이 6월 대비 평균 1.09% 올랐었다.

올해 초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 고분양가 재건축 단지 공급이 활발해지면서 이 지역 집값이 크게 상승한 것과는 달리 전세시장은 정반대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와 같은 현상은 올해 초 겨울방학부터 감지됐다. 강남 3구는 이른바 강남 8학군으로 불리며 명문 학군으로 분류돼 방학을 앞두고 학군 편입을 위해 전세 수요가 높던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방학에는 이 같은 방학 이사철 전세 수요가 실종됐었다. 이 같은 현상이 이번 여름방학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남 3구 전체적으로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와도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세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강남 3구의 월별 평균 전셋값은 지난 1월과 6월에 소폭 오른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전용면적 84㎡의 전세 물건은 호가가 7억5000만∼7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계약이 이루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요즘 강남3구의 전세가는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떨어진 가격에 호가가 형성됐는데도 물건이 나가고 있지 않다.

강남 3구의 신규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본격화 된 것도 기존 단지의 전세 시장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선 삼성물산의 ‘신반포 래미안팰리스’ 입주가 시작됐다. 이어 오는 9월엔 서초구 반포동에서 대림산업의 ‘아크로 리버파크’가 새 집주인을 맞는다.

이 두 단지에서만 나오는 전세 물량이 2500여 가구에 달하다보니 기존 아파트의 전세 순환은 한층 더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87년 입주한 서초구 잠원동 강변아파트 전용면적 66.29㎡ 전세값은 지난해 연말 4억8000만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최근 4억2000만∼4억4000만원까지 떨어지며 4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물론 새 아파트라고 해서 전세 시장 사정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이미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래미안팰리스’는 입주 초기이던 지난달만 해도 전셋값이 10억∼11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9억∼10억원으로 1억원이나 하락했다.

여기에 강남 3구중 한 곳인 송파구 인근에 위례신도시가 활발하게 개발되는 것도 강남 전세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수도권 택지지구에 아파트 입주가 계속되면서 서울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수도권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강남 전세 시장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오히려 기존 강남 3구 아파트 단지에선 전세 만기 후 전세 수요가 실종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는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위례 신도시와 위치적으로 가까운 송파구는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잠실 미성·진주아파트 등 기존 아파트는 물론 신규 아파트인 잠실 엘스·리센츠 등도 전세 수요가 잠잠한 사태다.

장미아파트 전용 82㎡ 전셋가는 4억5000만∼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00만원 떨어졌다. 잠실 엘스도 지난해 말 대비 전세가가 평균 3000만원 하락했는데도 전세물건이 쌓인 상태다.

입시제도의 변화로 ‘명문 학군’의 파워가 예전보다 떨어진 것도 강남 전세 수요의 감소를 불러왔다. 정시 축소와 수시 증가로 인해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강남의 명문 학군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내신에서 불리함을 감수하겠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크게 줄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입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남 8학군에 편입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면서 굳이 강남의 비싼 전세 아파트에서 살겠다는 가구도 예전보다 감소했다.

물론 여전히 저금리 추세에 따른 전세 물건 감소와 이에 이어지는 전세→월세의 전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멸실 발생과 기존 거주민들의 이주 등 전세값 상승 요지는 여전하다. 그러나 올 가을 전세시장은 예년처럼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전국에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가 70만여 가구에 달한다”며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 기존 주택의 전셋값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함 센터장은 “과천의 경우 최근 재건축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세값의 국지적 상승세와 월세 증가에 따른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났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앞으로 2~3년간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역전세난이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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