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④제약업계, 비상(飛上)과 도태(淘汰)의 기로에 서다] 녹십자 3대 키워드… 선택, 실력 그리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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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특별기획 ④제약업계, 비상(飛上)과 도태(淘汰)의 기로에 서다] 녹십자 3대 키워드… 선택, 실력 그리고 집중
  • 김형규 홍승우 기자
  • 승인 2016.07.12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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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혈액제제·백신 분야 차별화 전략
매출 10% 이상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 미래지향적 가치 실현

[매일일보 김형규·홍승우 기자] 글로벌 제약시장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양강장제, 비타민제 등 건강과 관련된 일반의약품과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국민들의 보건·위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제약산업이 기술집약도가 높은 첨단 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조명 받게 되며 분위기가 달라지게 됐다.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들과 8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몇몇 제약사들이 꾸준히 세계 시장에 노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제네릭에 의존했던 제약업계에서 한미약품과 같이 R&D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에는 ‘실패’라는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매일일보>에서는 ‘비상’과 ‘도태’의 기로에 서 있는 국내 제약사의 현황을 11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녹십자는 혈액제제 제품 글로벌화를 목표로 오창에 혈액제제 공장을 증설했다. 사진은 녹십자 오창공장 전경. (사진=녹십자 제공)

◇ 세계 세 번째 B형 간염백신 개발한 녹십자

1967년 창립한 녹십자는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될’ 특수의약품 개발을 통해 다른 제약기업과 차별화를 꾀하며 국내 생명공학산업을 선도해왔다. 1983년에는 12년간의 오랜 연구 끝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 간염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녹십자가 개발한 B형 간염백신인 ’헤파박스‘는 13%대에 달하던 국내 B형 간염 보균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려 국민보건 증진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B형 간염백신 개발에 성공한 녹십자는 그 이후에도 ‘혈액제제와 백신’이라는 일관된 길을 걸어 왔다. 이렇게 특화된 분야의 개발 역량과 노하우는 고스란히 글로벌 시장을 넘볼 수 있는 ‘실력’이 됐고 그 실력을 바탕으로 녹십자는 글로벌 시장에 노크를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을 착공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품목 허가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를 모두 예방할 수 있어 차세대 백신이라 불리는 4가 독감백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 선택과 집중에 전문성까지… 북미시장 진출 목전

녹십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아이비글로블린-에스엔의 미국 FDA 허가가 기대된다. FDA허가는 글로벌 사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지난 5년여 동안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오창에 혈액제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것도 녹십자가 제품 글로벌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지난 2014년 캐나다에 현지법인 GCBT를 설립한 녹십자는 현재 퀘벡주에 혈액제제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19년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캐나다에서 혈액제제를 수입해 공급하는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보다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녹십자는 이곳을 생산거점으로 삼아 북미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녹십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혈액제제 제조사로서 진입 장벽이 높은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 혈액제제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1%씩 성장해 현재 약 220억달러(25조5000억원) 규모다. 특히 미국 시장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혈액제제 분야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의 운영 경험이 필요해 공급사가 적다. 미국 박살타와 호주 CSL, 스페인 그리폴스 등 몇몇 다국적 제약사가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부가가치도 크다. 혈액제제 중 하나인 면역글로불린의 미국 시장 가격은 국내의 4배다.

혈액제제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혈장(혈액에서 세포를 제외한 액체성분) 확보를 위해 녹십자는 2009년 미국 현지법인 GCAM을 세우고 이미 혈액원도 9곳이나 개원했다. 이들 혈액원이 공급할 수 있는 혈장양은 연간 최대 45만리터(ℓ) 규모다.

◇ 국내 백신 시장 넘어 글로벌 백신 시장 리더로

녹십자의 또 다른 주력인 백신 사업은 두드러진 수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백신 수출액은 87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특히 독감백신 부문 성과가 돋보인다. 녹십자는 2009년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을 개발해 국내 백신 주권 시대를 열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 덕분에 해외에서 독감백신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녹십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WHO로부터 일인용과 다인용 독감백신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인증 받아 국제기구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한 이후 매년 독감백신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출 첫해인 2010년 550만달러 정도였던 독감백신 수출고는 지난해 4800만달러를 기록, 5년 만에 9배 가까이 성장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범미보건기구의 입찰시장에서 다국적제약사를 제치고 독감백신 부문 점유율 1위를 기록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016년 역시 출발이 좋다. 지난 3월에는 국제기구 독감백신 입찰에서 3200만달러 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주했다. 이는 녹십자가 독감백신을 수출한 이래 단일 계약으로 최대 규모로 이번 수주 금액을 포함하면 녹십자의 독감백신 해외 누적 수주액은 1억5천만달러를 넘어섰다. 해외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지 6년만의 기록이다. 다국적제약사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 상황과 우리나라 수출이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녹십자는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허가 받은 4가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최근 결실을 맺은 성과들이다. 녹십자는 지난 2009년 국내 최초의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H1N1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등을 시작으로 최근 허가 받은 백신에 이르기까지 단가, 3가, 4가 백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바이러스주에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다인용(multi) 및 일인용(single) 바이알(vial, 약병)과 프리필드시린지까지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감염병 대유행 대응과 국내와 수출 시장 환경에 따른 맞춤형 전략을 펼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

◇ 매출 10%대 꾸준한 R&D 투자

녹십자는 매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올해는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보다 30%이상 늘려 미래지향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녹십자는 제제 별로 백신과 재조합단백질, 혈장단백질, 단클론항체을 개발하고 있으며 질환별로는 감염성 질환, 암, 그리고 희귀 난치성 질환에 주력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세계 2번째로 출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출시 2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절반이상을 차지한데 이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항체인 GC1102의 경우 세계 최초로 간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마쳤으며, 만성B형간염환자를 대상으로 임상1상을 시작했다. 또한 대장암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치료제인 GC1118은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 항체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를 비롯한 다양한 혁신 바이오 신약에 대하여 비임상 단계의 공정개발에 들어가 있으며, 항암면역치료용 항체 제제 후보물질 발굴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녹십자의 오픈 이노베이션

녹십자와 제넥신은 지난 2006년부터 지속형 빈혈치료제의 공동개발을 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녹십자의 빈혈치료제는 암젠社 ‘에포젠’의 바이오베터로, 자연상태의 EPO(적혈구 조혈호르몬, Erythropoietin)와 지속형 단백질 합체융합기술 hybrid Fc를 결합해 개발중인 지속성 빈혈치료제이다. 이는 반감기가 짧아 매일 혹은 일주일에 수차례 투여해야 하는 기존 치료제의 문제점을 개선한 지속성 빈혈치료제로, 한 달에 1~2번 투여만으로도 약효가 충분히 지속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에포젠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기술수출되면서 국내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간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킨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외에도 녹십자와 레고켐바이오가 공동개발 중인 항응혈제 ‘녹사반’은 미국에서 임상1상을 완료하고 현재 미국 임상2상을 준비 중이다. 녹사반은 혈전 생성의 주요 응고인자인 Factor Xa를 억제하여 혈전 생성을 저해하는 약품이다.

녹사반의 전임상과 임상 1상에서 같은 계열의 약물에 비해 효능은 유사하면서 안전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결과가 나왔으며, 녹사반은 비임상 결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기존약물 보다 1.5~2배의 출혈 감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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