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스본과 도쿄, 그리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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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스본과 도쿄, 그리고 서울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7.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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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난 5일 울산광역시 동해상 52㎞ 지역에서 강도 5.0 리히터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이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지난 1978년 이래 다섯 번째로 강력했던 지진이었다.

다행히 진앙지가 해상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데다가 바다 속에서 지진파가 발생한 관계로 지진이 발생한 해역에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울산시나 그 밖의 육지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잦아지면서 여전히 지진에 대한 대비가 허술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잦은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내진설계가 잘 갖춰진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엔 내진설계가 도입된 건물이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인구의 사분의 일이 모여 사는 수도 서울에 강진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가늠키조차 어렵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 국가의 수도가 지진으로 인해 초토화하고 다시 재건된 대표적인 사례로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일본의 도쿄가 있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은 1755년 발생한 대지진으로 최대 1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건물 1만 채가 무너졌다.

대지진으로 사실상 도시에 온건하게 남은 건물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리스본은 당시 포르투갈 왕실의 뛰어난 재건 작업을 통해 온전히 수도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왕실은 특명을 내려 대지진 이후 리스본에 지어지는 건물은 4층 이상을 넘을 수 없도록 했고, 재건되는 건물은 모두 오늘날의 내진설계와 비슷한 공법의 “가이올라” 라는 신 건축공법으로만 지어지도록 했다.

1923년 일본에서 발생한 관동 대지진으로 수도 도쿄 역시 철저하게 파괴됐다. 일본 정부는 지진 이후 잿더미가 된 도쿄를 재건하면서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오늘날 도쿄 시내 철도, 도로, 공원 등 대규모 도시 구역들은 관동 대지진 이후 재건 과정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다만 리스본과 도쿄 모두 수도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재건하다 보니 지진 발생 이전의 역사 깊은 건물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어졌다.

수백 년 이상 된 유물이 즐비한 유럽의 여타 도시들과는 달리 리스본의 건물들과 풍경은 비교적 근대 이후 새로 지어진 풍경으로 채워져 있다.

도쿄 역시 지진 이후 도시를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 시키다보니 역사적 유물과 건물이 풍부한 간사이 지역의 교토에 비하면 역사적 풍취를 찾아보기 힘든 도시가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지진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 두 수도가 재건 과정에서 도입한 지진에 대한 대비책은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사례가 많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삼풍백화점 사고부터 최근의 세월호 참사까지 연이은 인재(人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에선 ‘사후약방문’식의 후속조치만이 들리고 있다.

이번 울산 지진을 계기로 리스본과 도쿄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다시 재정비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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