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재벌 3세의 죽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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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느 재벌 3세의 죽음에 대한 단상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6.07.0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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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올 상반기 어느 재벌기업 3세 A씨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이 들려왔다. 당초 A씨의 죽음은 돌연사로 알려졌지만, 최근 자살로 추정되는 정황이 나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A씨의 자살 원인으로는 경영난이 꼽히고 있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나고, 이후 벌인 사업이 이렇다할 성과는커녕 경영난만을 겪던 것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사실 재벌기업 일가의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나거나 경영실패를 겪거나, 아니면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는 등의 과정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소위 ‘금수저’라는 명칭으로 대변되며 세간의 부러움과 시기를 사는 재벌일가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말못할 부담감과 압박, 고민이 있어왔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요즘은 재벌기업의 고민이 더욱 커지는 시기다. 대외적으로는 장기화된 글로벌 경제불황으로 대기업마저 도산의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선대가 일으켜세운 기업의 명맥을 어떻게든 이어가야할 책임에 놓여있고, 내부적으로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본인의 경영능력을 어떻게 해서든 입증해야 한다.

경영능력을 입증한다 하더라도 본전이다. 재벌에 대한 여론 또한 우호적이지 않은 탓에 지금 당장 경영능력을 입증한다 하더라도 이 같은 평가는 한시적인 것에 국한된다. 

향후 또 다시 금융위기, 경제위기 등의 풍파에 휘청이기라도 하면 그 책임은 결국 재벌 오너의 경영능력 부족으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재벌기업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을 키운 것은 재벌일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선대가 쌓아올린 재력을 원래부터 본인의 것인냥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휘두르며 이른바 ‘갑질’ 사태로 여론의 등 돌리게 만든 한 것.

또한 정경유착을 비롯한 각종 비리사건에 휘말리며 끊임없이 신뢰를 잃어왔다. 오죽하면 재계의 대표적 이익단체인 대한상의가 “기업들이 스스로 선진규범을 만들어 신뢰를 회복해야한다”고 지적했을까.

바야흐로 시련의 계절이다. 백년대계를 이어갈 것 같던 탄탄한 기업이 한 순간 무너져 내리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격랑의 시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의 실패에 힐난이나 조롱보다는 그들의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안타까워하고 재기를 응원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되길 바라본다.

또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재벌 스스로도 사회로부터 존중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국민을 사랑하는 기업, 국민이 사랑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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