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사채시장 양극화에 대규모 인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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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회사채시장 양극화에 대규모 인수하나
  • 송현섭 기자
  • 승인 2016.07.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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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비상계획 일환…비유량 채권발행 활성화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자 산업은행을 동원해 비우량 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3일 ‘회사채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해 산업은행이 비우량 회사채 5000억원대를 매입하는 등 모두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신P-CBO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는 산은을 통해 신용등급 BBB에서 A등급인 비우량 회사채를 인수하는 컨틴전시플랜(비상 계획)을 가동, 향후 2년간 최대 5000억원의 미매각 비우량 회사채를 소화키로 했다.

이는 산업은행이 별도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매각이 힘든 중·저등급 채권을 인수해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신용보강을 통해서 유동화 증권으로 전환한 뒤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돼 내년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인데 정부가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한 배경은 그만큼 회사채 시장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당초 회사채 대책을 수립하면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기업 구조조정 지원상황과 대외여건의 악화로 하반기 중소·중견기업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컨틴전시 플랜 중 일부를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총 1조4000억원의 신P-CBO(유동화보증) 프로그램에 따라 신용보증기금 이외에도 산은과 증권사들은 공동으로 보증대상을 선정, 지원하고 신보의 보증대상은 중순위 채권으로 제한된다.

금융위는 현재의 P-CBO 발행에 지원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오는 2018년까지 최대 4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발행이 지원되는 셈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최근 시장에서 비우량 채권의 발행규모가 위축되고 초우량 채권에만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공모 회사채 발행잔액은 2008년 69조원에서 작년 151조원으로 7년새 2배가 넘게 급증했으나 저위험 채권에만 발행이 편중돼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해왔다.

심지어 최근 시장에선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앞서 동양과 웅진·대우조선 등 A등급 업체들의 신용부도로 비우량 회사채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비우량 회사채 수요기반의 확충을 위해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이 비우량 회사채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함께 추진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은 개별 회사채에 직접 투자를 시행하고 회사채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정부는 향후 신용평가업계의 협조를 통해 주요 자산운용사의 대표 채권펀드를 대상으로 무료 신용평가를 실시토록 했다.

예를 들어 AAA를 10%, AA 80%, A등급 10%가 분산 투자된 회사채 펀드가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을 받아 기관이 A등급 채권에 투자하듯 펀드 대체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 기관이 수탁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회사채에 대한 투자”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적을 내세워 특정 회사채의 투자를 사실상 강요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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