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모 소득이 대기업 취업까지 영향…더 방치 곤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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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모 소득이 대기업 취업까지 영향…더 방치 곤란한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6.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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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국고용정보원이 ‘재학 중 근로경험 유형에 따른 근로자 특성 및 노동시장 성과 차이’ 보고서를 통해 부모의 소득이 높은 대학생이 대기업 취업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우리 사회 부(富)의 세습화가 이미 고착화 단계에 달했다는 방증(傍證)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로부터 학비 지원을 받은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의 대기업 취업률이 더 높은 것은 자기계발을 위한 경험을 쌓고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는 취업 후 임금 수준이나 만족도 등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는 부모의 월 소득은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이 42.7%였다.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은 25.4%였으며, ‘1000만원 이상’도 4.4%에 달했다. 하지만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의 부모 월 소득은 3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무려 59.0%로 집계됐다. 두 집단의 결정적 차이는 부모 소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에 진출하는데도 그대로 반영됐다. 중·상류층 자녀가 주를 이루는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는 졸업 후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이 17.8%에 달했다. 반면 서민층 자녀가 절반 이상인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는 대기업 취업 비율이 14.4%에 그쳤다. 그 격차가 3.4%포인트에 달한 것이다. 그러나 종업원 500인 미만 기업의 두 집단 취업 비율 차이 1%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들의 직업 선택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실증적 연구로 확인된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적 갈등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자칫하면 현대판 신분제 사회 도래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이유다.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의 골이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 같은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식 포퓰리즘 정책이나 공약이 몰고 온 폐해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외국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대표적이지 않는가. 우리에게 있는 자원이라고는 인적 자원 밖에 더 있는가. 이들이 서로를 적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사회적 역동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에는 희망이 있을 수 없다.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사회가 맞닥뜨려야 할 현실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우리 사회는 이제 전방위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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