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벼랑 끝 ‘올인’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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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벼랑 끝 ‘올인’ 노림수는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6.06.2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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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치매약 복용 인정...'모 아니면 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5일 오전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롯데홀딩스 본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수년 전부터 치매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롯데 경영권 분쟁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공식화 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종식될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의 근거로 내세운 것들이 효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29일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2008년부터 몽유병 증세를 보였고 이 때부터 여러 종류의 치매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의 치매 여부에 대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신 부회장 측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한 것과는 배치되는 행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계기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리 때문이다. 지난 27일 서울 가정법원에서 열린 5차 심리에서 성년후견인 신청자인 신 총괄회장의 넷째 동생인 신정숙씨 측 변호인은 이날 심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신 총괄회장이 세브란스에서 치매약을 처방받은 기록을 추가 자료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은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의 약물 치료 내역이 SDJ측에 의해 언론에 유포된 것과 관련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료 내역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치료기간, 약물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금도를 넘은 불법 개인 정보 유포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나면서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힘을 잃게 됐다. 그간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위임장을 앞세워 경영권 분쟁을 지속했다. 위임장을 토대로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이사직과 지배권을 차지했지만 이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정신건강 논란이 있는 신 총괄회장의 서면으로 진행됐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일본 현지에서 광윤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법원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결과를 지켜보고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이 이뤄진다면 일본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신 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배력을 잃게 되면 사실상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종식된다. 신 전 부회장이 내세운 ‘무한 주총’ 전략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를 현 시점에 공개한 까닭에 대해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를 꼽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오너일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신 회장이 홀로 법적 채임을 져야 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2014년 말 롯데홀딩스 자회사 3곳에서 해임된 것과 지난해 1월 롯데홀딩스 부회장직 해임 관련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신건강이 온전치 못한 신 총괄회장의 상태를 악용해 신 회장, 스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CFO(롯데캐피탈 대표) 등이 자신을 음해해 내쳤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측의) 이번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공개는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부터 회계장부를 검찰에 제공하기까지 일련의 행동들로 본다”며 “검찰 수사의 방향을 신동빈 회장에게만 몰아세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무한 주총을 예고했지만 승산이 낮자 이슈를 만들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려는 것”이라며 “그만큼 저쪽 상황이 절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 회장이 만약 구속(?)이라도 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시간을 벌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주 측의 입지가 좁아지자 복마전으로 끌고 갈려는 심산”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법원의 성년후견인 지정은 8월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당초 소송을 제기한 신정숙씨는 성년후견인 대상자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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