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맞춤형 보육’ 누구에게 맞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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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맞춤형 보육’ 누구에게 맞춘 것인가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6.26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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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회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가 내놓은 맞춤형 보육이 적용되면 어린이집 운영이 이용시간에 따라 맞춤반과 종일반으로 나뉘게 된다.

맞벌이 가정이나 세 자녀 이상을 둔 가정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종일반 12시간 무상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홑벌이 가정이거나 두 자녀 이하의 가정은 맞춤반에 들어가 하루 6시간만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된다.

이용 시간이 줄어든 만큼 정부의 어린이집 지원 예산도 삭감된다. 맞춤반 보육 아동에 대해서는 종일반의 80%만 지원될 예정이다. 때문에 일부 어린이집들은 지난 23일부터 집단 휴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정부는 홑벌이 가정도 최대한 종일반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종일반 신청절차와 대상자 선별도 간소화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경우는 종일반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게 되면 구직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혹은 질병이나 이혼 등의 개인 사정을 알리기 꺼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홑벌이 가정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23일 통계청이 낸 ‘2016년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4월 태어난 아기는 14만7900명. 월별 출생아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15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일조차 쉽지 않은 통과의례가 주어진다면 출산 문제가 부모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느껴질 것은 뻔하다.

보건복지부는 부모와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이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있는 것을 개선하기 위함이 맞춤형 보육의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기간을 늘려주는 등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 형성에 더 도움 되는 방안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정부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선시행 후대책’이 아닌 ‘선대책 후시행’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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