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혼·사별에 차별 두는 게 복지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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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혼·사별에 차별 두는 게 복지국가인가
  • 매일일보
  • 승인 2016.06.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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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건강보험 당국이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 피부양자 등록 자격에 대해 이혼이냐 사별이냐에 따라 차별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혼을 했을 경우는 직장에 다니는 형제자매의 피부양자로 등록이 가능한 반면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는 등록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제도개선을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생계를 의존하는 사별한 형제자매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이혼·사별 등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근로·재산소득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때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것이 국민건강보험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반면나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형제자매에 대한 부양요건의 주요 판단 기준은 혼인인 만큼 사별한 경우 이혼과 달리 민법상 배우자의 인척 관계가 유지된다며 피부양자 자격 인정을 거부했다. 한마디로 배우자와 사별한 형제자매는 보수나 소득이 없어 생활이 어렵더라도 혼인관계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간주해 피부양자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아와 결혼해 살다가 사별했을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배우자의 인척이 아무도 없어도 단지 사별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내몰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혼은 그야말로 혼인관계가 파탄(破綻)난 경우이다. 사별은 혼인관계의 사실상 종료를 의미한다. 파탄은 혜택을 받고, 사실상 종료는 나락으로 내모는 게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로는 너무 옹색하다.

피부양자가 되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배우자의 사별로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절실한 사안이다. 사별한 것도 서러운데 소득이 없어 직장가입자인 형제자매에게 생계를 의존하면서도 피부양자로 등록조차 거부당한다면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이런 아픔을 해소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홈페이지에는 ‘희망의 새시대’라는 슬로건이 선명하게 게재돼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당국의 기계적 판단으로 인해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내몰린 이들은 하루하루를 좌절하며 보내고 있다면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복지국가는 아닐 것이다. 이런 건강보험 사각지대가 법률 미비로 발생한 것이라면 당국이 먼저 나설 수는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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