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근로자이사제, 취할 것과 버려야할 것 그리고 경계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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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근로자이사제, 취할 것과 버려야할 것 그리고 경계해야 할 것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6.06.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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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진 산업부장.

[매일일보]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ERP:Employee Re-presentation on Board) 도입을 둘러싸고 노동계를 비롯한 각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안전사고의 해법으로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제시했는데, 그는 “근로자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면 경영이 투명해지고, 책임감이 강해지며, 노동 현장에서의 소통구조가 확립되기 때문에 기업이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인권변호사 출신인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전달된 탓인지 서울시는 조례에 대한 입법예고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0월께 도입키로 했다. 대상은 시 산하기관 근로자 30명 이상의 공사·공단·출연기관 등 15곳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강행을 두고 찬반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인데, 유럽 31개국 가운데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EU 회원국 18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노동자 중심 단체 및 야권 측은 독일 등 유럽 국가의 안착된 사례를 들어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들은 말로는 사회적 대화니 파트너십을 외치면서도 가장 핵심인 경영권에 대해선 철벽방어를 쳐놓고 경영실패의 책임은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며 “우리나라라고 해서 특별히 도입돼서는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자 중심 단체 및 여권 측에서는 근로자이사제는 우리나라 경제체계나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자이사제는 방만 경영으로 적자를 거듭하는 공기업 개혁을 방해하고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라며 “근로자이사제는 우리나라 경제체계나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로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가 우려된다”고 반대했다.

이처럼 근로자이사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충돌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취할 것’과 ‘버려야할 것’ 그리고 ‘경계해야 할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독일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근로자이사제를 그대로 베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여건 등을 비교하고 따져 실정에 맞게 시행해야한다.

워크아웃 중인 H기업의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하에 부실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공기업 통폐합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입 될 근로자이사제는 경영자냐, 노동자냐에 따라 생존이 달린 문제이므로 대립할 수 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것은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서 냉정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보다 숲 전체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한 그루라도 덜 피해가 가도록 해야 한다.

이 와중에 ‘숲을 태워야 한다느니’, ‘나무를 태워야 한다느니’ 선동질만 해놓고 정작 나중에 가선 뒷짐만 지는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이를 경계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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