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인 없는 기업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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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인 없는 기업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6.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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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대규모 부실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의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감사원 발표를 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야말로 복마전(伏魔殿)이다.

대우해양조선의 비리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자기 배만 불리고 떠나가는 행위가 반복됐다. 그 틈을 이용해 부도덕한 경영진과 직원들은 눈치껏 알아서 챙겨먹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몸담고 있는 기업이 어찌되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회계법인까지 가세해 분식회계를 눈감아줬다. 이 과정에 채권단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회수 의무가 있는 사실조차 망각한 듯이 행동했다. 이 모든것이 어우러져 오늘날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낳은 것이다.

이러니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경영진의 무능에 따른 방만 경영에다 직원까지 가세해 곶감 빼먹듯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망하지 않고 이러한 행태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러니 대우조선해양의 현 위기는 단순히 조선업 불황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7월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0년말 출자 전환을 거쳐 국책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회사가 됐다. 이 과정에 엄청난 시련을 극복하고 세계 2위 조선사로 올라섰지만 이번 사태로 명성에 커다란 손상을 입게 됐다.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또다시 전가(轉嫁)했으며, 국가 이미지에도 심대한 타격을 안겼다. 과거 교훈을 제대로 체화(體化)시키지 못한 것이 참담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비리 관련자들은 앞으로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법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한낱 일반 기업 비리와 같은 범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위도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이기에 그 책임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다. 공적자금이란 결국 국민의 부담이다.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무르는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自畵像)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주인이 없는 기업은 그저 이해관계자에게는 한낱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 중심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의 포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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