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② 김영란법 후폭풍] 농어민·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받아
상태바
[MI 특별기획 ② 김영란법 후폭풍] 농어민·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받아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6.06.15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업계 최대 수조원 이상의 소비위축 우려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축수산, 중기소상공인 업계가 소비위축이 우려된다며 법안 재논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농축산계와 중소상공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법안이 현행 그대로 적용되면 치명적인 매출 감소로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개최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해당 업계는 한 목소리로 소비위축이 우려되며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의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시행에 앞서 김영란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선물 상한선인 5만원을 맞추게 되면 국내 농축수산물 소비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대기업 공산품이나 중국산 상품이 대신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상공인들 역시 법률 취지엔 공감하지만 기준 가액을 현재보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금품 허용(음식 및 선물) 가액 평균은 7만7000원이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은 “금품수수 금지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제외시켜야 한다”며 “이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40% 관세철폐로 희생을 당했으며 한우 한 품목만 해도 선물세트와 식당에서의 소비 감소로 1조원 이상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김재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부회장은 “수산물 피해액은 1조119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명절 수산물 선물세트로 많이 나가는 굴비는 원료어인 참조기 가격이 급등해 산지에서도 5만원 미만 선물용 상품을 찾기 어렵다. 수산물 특수성을 반영해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원섭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소상공인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2조6000억원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법 시행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최소화되고, 법을 지키는 것이 실질적으로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업계들은 유관 기관을 통해 김영란법의 부적절성과 예상되는 피해를 지적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는 지난달 13일 ‘권익위원회 용역 보고서의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권익위가 제시한 김영란법의 기대효과를 반박했다.

권익위는 선물 수요 감소폭을 최대 0.86%로 추정했다. 해당 수치는 ‘양질의 취업자(일용·임시·무급직을 제외한 취업자 수)’ 중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의 비율 12.3%(224만여명)와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 가운데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7%를 곱해 얻은 결과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0.86%는 선물의 수요 감소폭이 아닌, 보고서가 언급한 ‘양질의 취업자’ 중에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직자 등의 비율일 뿐”이라며 “청탁대상자를 포함한 모든 취업자가 빠짐없이 동일한 선물을 한번만 받는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선물 수요 감소 폭을 계산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8년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지침이 개정 당시 3만원 이상의 화분 등을 받지 못하게 한 것만으로 1조원 수준이었던 전체 화훼농가 매출이 7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사과·배는 최대 1500억원, 한우산업은 최대 4100억원까지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내 외식업계 연매출이 4조15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외식업 전체 매출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해당 결과는 외식업주 1000명과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나온 것으로 전체 소비자 중 김영란법 적용 대상 비율을 16.3%로 추정한 뒤 점심 영업과 저녁 영업의 영향 비율과 가중치를 곱해 산출했다.

‘접대비 실명제’의 사례를 언급하며 연간 5000억원의 소비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기업이 건당 50만원 이상 접대비를 지출하면 접대 대상의 실명을 밝히도록 했던 2004년 접대비 실명제 도입 당시 2003년 5조4372억원이던 기업 접대비는 5조1626억원으로 2746억원이 감소했다. 전체 접대비의 5% 수준이었다. 지난 2013년 접대비 시장규모가 2004년의 약 1.8배인 9조원에 달한하는 것으로 계산했을 때, 한해 5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9월 이후 잡힌 일정들을 앞당겨 처리하거나 취소하고 있다”며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 실정에 맞춰 기준 가액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