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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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갈등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6.06.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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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두고 당국과 생명보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소멸시효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사들이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권고, 유례없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사태는 보험사들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지난 2월 기준 ING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 14개 보험사가 자살 관련 미지급한 보험금은 2465억원. 이 중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78%에 달한다. 

우선 생보업계는 소멸시효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후 지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문제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지난 2001년부터 보험사들은 상품을 만들 때 약관에 ‘계약의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를 포함시켜 너도나도 판매했다. 

사망보험 상품은 가입 2년 뒤 자살이 발생하면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보험사들이 이 약관 포함시킨 채 판매해 논란이 된 것.

ING생명 등 10여개 보험사는 스스로 ‘재해’로 지정한 사망 요인을 “이러한 약관을 작성해 계약을 체결했지만 개정 전 약관의 오류로 발생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자살보험금에서 자살이 재해냐, 아니냐를 놓고 다투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났다.  쟁점은 ‘약관작성자의 책임’이다. 

약관은 소비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보험사가 약관을 제대로 만드는 책임이 있다면 금감원은 이를 바르게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보험사와 금감원 둘 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감원 발표 이후 생보업계는 금감원이 만든 표준약관을 썼을 뿐이며 자살보험금이 지급될 경우 보험 가입자의 자살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잘못된 약관에 따른 계약으로 추가 청구될 보험금까지 합산하면 1조원에 달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진실로 자살률을 걱정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금융당국과 기업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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