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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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6.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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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영국이 23일 실시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가 통과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ICM이 일간지 가디언의 의뢰를 받아 10∼13일(현지시간) 실시한 전화·온라인조사 결과 찬성이 53%, 반대가 47%로 나타났다. 국민투표를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브렉시트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이다. 특히 지난 몇 주간 브렉시트 반대론이 힘을 잃는 분위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브렉시트 통과시 영향은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내에서 EU 탈퇴 관련 국민투표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체코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이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EU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결되더라도 이슈가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EU의 결속력 약화는 막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금, 엔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도 이 여파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3개월 만에 주식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금융감독원의 발표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 9일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현재는 브렉시트 탈퇴가 부결될 것으로 시장에 반영돼 있지만 반대로 나타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서는 브렉시트 통과 여부를 속단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거나 당분간 EU에서의 정치·사회적 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브렉시트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문제다. 우리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에서 자금 회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외국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여파로 세계교역이 위축될 경우 우리 실물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기(失期)할 경우 우리로서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는 지금 구조조정 등으로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다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브렉시트가 몰고 올 파장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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