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주 C형 간염 집단 감염 역학조사 조기 종료 성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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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주 C형 간염 집단 감염 역학조사 조기 종료 성급했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6.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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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지난 2월 강원도 원주시 옛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100여명이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것과 관련해 역학조사를 벌여온 보건당국이 지난달 말 C형 간염 항체검사를 종료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는 성급했다. 현재 검사 대상 1만5458명 가운데 검사를 완료한 사람은 55.3%인 87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상자 중 절반 가까이가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이들 가운데 감염자가 있을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치료비 지원문제도 있고, 전화·우편 등으로 수차례 안내를 하고 3개월여 동안 검사를 해온 데다 지카바이러스 방역 등 다른 업무도 있고 해서 검사를 종료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보건당국이 이렇듯 사태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보건당국은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 중에는 병원에 간 기억이 없다거나, 이미 다 나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해 주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검사를 일괄적으로 종료하려면 검사에서 누락되는 사람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두고 충분히 공지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당국으로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C형 간염이 확산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은 비단 원주시의 한양정형외과의원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충북 제천 양의원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많은 C형 간염환자가 발생했다. 오죽했으면 지난 5월 19대 국회 막바지에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겠는가.

보건당국이 이번 사태를 적당히 수습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국민의 건강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방기(放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작년 메르스 사태는 보건당국의 안이한 자세로 인해 더욱 확산돼 국가적 혼란이 빚어졌음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그 여파는 사회 전반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경제적 타격도 상당했다. 지난 4월에도 보건당국이 국내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경유한 병원을 잘못 알려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랬던 보건당국이 원주의 C형 간염 집단 감염사건을 제대로 조사도 안하고 어물쩍 넘기려 하는 것은 국민을 또다시 기만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어디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보건당국이 이를 망각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 보루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것은 자명하다. 보건당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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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 2016-06-09 21:32:16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깊게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