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수론, 낡은 깃발이 아닌 새 깃발이어야
상태바
40대 기수론, 낡은 깃발이 아닌 새 깃발이어야
  • 매일일보
  • 승인 2006.07.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항ㆍ도전ㆍ비판'에서 '창조ㆍ희망ㆍ미래'로 시대적 소명이 된 '40대 기수론'

▲ 고진화 매일일보 논설위원<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한국 정치사를 뒤돌아 볼 때 과거의 40대 기수론은 군사독재와 구시대적 질서타파를 위한 시대적 요청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때 40대 기수론을 내세우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40대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답답하던 당시 정국에 돌개바람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현재 정치권에서 또다시 ‘新 40대 기수론’, ‘40대 역할론’ 등 표현은 다르지만 40대 기수론이 부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외국에도 40대 정치인들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총선 3연패로 노동당에게 정치적 주도권을 빼앗긴 영국 보수당은 05년 12월, “온정적 보수주의”를 주장한 40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선출했다.

바로 이웃인 일본에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해 의회 해산 후 실시된 총선에서 참패한 뒤 “소신있는 자기주장으로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 43세의 마에하라 세이지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40대가 ITㆍBTㆍNT 등 신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한류를 개발ㆍ보급하는 문화계의 주역일 뿐만 아니라 언론계ㆍ학계ㆍ시민운동에 있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40대가 중심이 된 미래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도 40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소명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40대 정치인들이 흥분하거나 조급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시대정신을 읽는 통찰력과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실력과 비전을 배양해야 한다. 이미 시대는 40대에게 국가경영의 중추적 역할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항ㆍ도전ㆍ비판에 머물고 있는 40대 기수론

지난 해 연말부터 고개를 들고 있는 ‘40대 기수론’은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장관 임명 논란과 향후 지방선거의 위기의식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에 대응하여 한나라당에서는 ‘40대 역할론’, ‘4040론’이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최근의 40대 기수론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맥이 빠져버린다. 사이다인 줄 알고 뚜껑을 열었는데 김빠진 설탕물을 먹은 허탈한 느낌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그 허탈감에는 이유가 있다.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40대 기수론은 민주/반민주의 이분법적 사고와 민족경제론 등 과거의 저항ㆍ도전ㆍ비판의 구시대적 가치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전에 흔들던 낡은 깃발을 창고에서 찾아내 다시 흔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열린우리당 發 40대 기수론은 “풍요속의 빈곤”

유시민 의원의 입각논란과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악화 속에 던져진 ‘新 40대 기수론’은 지난 70년대 이야기 되었던 40대 기수론에 당청관계의 재정립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제시한 국가균형발전, 신경제, 동북아 평화구상 등 목적이 뚜렷한 비전조차 찾아 볼 수 없다. 결국 현상황 위기 타개책으로 40대 기수론이라는 낡은 깃발을 찾아내어 당청관계 재정립이라는 실로 꼬맨 후 다시 흔드는데 지나지 않는 셈이다.

또 다른 주장인 ‘40대 소통론’ 또한 낡은 깃발에 깃봉만 교체한 것에 불과하다.

40대가 세대간의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는 부분적으로 수긍이 되지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연합을 해야한다거나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세력과의 연합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40대가 중심이 되어 과거 3당합당과 같은 합종연횡을 하겠다는 것 이외에 국민이 원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40대 기수론은 “상상력 빈곤’의 악순환”

열린우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40대가 적은 한나라 당은 그 소수의 40대 마저 시대적 요청을 읽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수면위로 떠오른 ‘40대 역할론’을 보자. 산업화 세대가 대권에 출마하고 민주화 세대가 당을 이끌고 나가자는 이른바 40대 역할론은 일견 세대간의 화합을 상징할지 모르지만 전형적인 ‘줄서기’식, ‘형님 먼저’식의 낡은 정치 행태에 40대가 편승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40대 역할론은 이미 95년에 등장했던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 결합론에 사용한 낡은 개념의 재탕이 아니던가? 국민들에게는 “50대가 산업화로 수고하셨으니 먼저 대권에 도전하시고, 그 뒤는 40대가 이어받겠습니다”로 비춰질 뿐이다.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4040론’도 한나라당의 빈곤한 상상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40%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40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4040론은 40대만의 비전이나 창의력, 미래에 대한 그 어떤 희망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30%였다면 햇빛도 보지 못할 이벤트성 발상인 셈이다.

창조ㆍ미래ㆍ희망의 새깃발을 들자

40대 기수론이 처음 나온지 36년이 지났지만 지금 봇물 터지듯이 나오는 40대 기수들은 국민이 요구하는 참신한 비전과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40대 기수론을 자임해온 이들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어떠했는가?

당론에 얽매이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이벤트성 한건주의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왔다. 일례로 이라크 파병 동의안에 직면했을 때 평소에 평화를 외치고 자주적 외교를 주장하던 40대 의원들은 3,000명이 넘는 우리 젊은이들을 이라크에 보내는데 아무런 망설임조차 없었다.

40대가 가진 저항ㆍ도전ㆍ비판의 가치가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앞당겼지만 40대 기수론의 필요조건일 뿐 그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정치공학적 접근에 근거하여 미래의 비전과 전망을 공유하지 못한 40대 기수론은 권력지분 확보를 위한 기성 정치인들의 행태를 답습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2% 부족한 40대 기수론, 새 깃발이 필요하다

현재의 40대 기수론으로는 국민의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국민들이 지지하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와 호응 없이는 40대 기수론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시대적 소명에 충실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구시대적 낡은 깃발 대신 어떤 깃발을 올려야 하는가?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새로운 깃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대가 요청하는 새 깃발에 저항ㆍ도전ㆍ비판을 넘어선 창조, 희망 그리고 미래를 새기고자 한다.

새로운 깃발에 새겨질 창조와 미래 그리고 희망은 다음과 같은 비전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창조는 저항과 비판 이라는 방어적 가치보다 국가경영의 중추세력으로서 능동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시대를 선도할수 있는 능력이다. 민주/반민주의 이분법적 사고만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40대 기수론의 새 깃발은 기존의 낡은 사고와 관습을 과감히 타파하고 자유와 개성을 갖춘 새로운 창조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미래는 국가경쟁력 확보, 성장동력 등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담보하는 구체적인 정책과 로드맵이다. ITㆍBTㆍNTㆍCTㆍETㆍST 등 신경제와 무한경쟁의 시대에서는 과거 폐쇄적인 민족경제론적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새 깃발에는 글로벌 마인드와 실천가능한 정책 대안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미래가 그려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창조와 미래의 비전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희망이 있어야 새 깃발이 국민들이 지지와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심을 수 있는 40대 기수론은 소수 정치권 인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대적 소명을 자각하고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을 갖춘 40대들이 함께하고 같이하는 연대가 되어야 시대적 소명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40대 기수론이 과거처럼 특정 정치인이나 소수의 폐쇄된 정치집단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국가발전의 추동력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열린정신과 개방적 사고로 국가 전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들의 글로벌스탠다드,합리성,효율성,전문성 그리고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수급 될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차세대를 육성해야 하며 학계ㆍ산업ㆍ언론ㆍ문화ㆍ정치ㆍ법조 등 제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의 개방된 네트워크가 새 깃발을 들 때 40대 기수론이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깃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현재 논의중인 40대 기수론이 각계각층의 개방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창조력,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미래, 그리고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할 때 40대 기수론이 시대적 소명과 국민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진화 논설위원<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