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은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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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은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6.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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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수교의사를 전달했다. 윤 장관의 이번 쿠바 방문은 우리나라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이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 관저와 주쿠바 외교공관들이 밀집한 아바나 시내 시보네이의 ‘컨벤션 궁’에서 진행된 이번 회담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75분으로 연장되며 진행됐다. 쿠바는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그런 쿠바가 회담시간을 2배 이상 연장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이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양국이 수교 의사를 주고받음으로써 향후 양국 관계 정상화에 중대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리와 쿠바의 관계는 쿠바가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함으로써 시작됐다. 6·25때는 우리에게 물자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1959년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다. 반면 북한과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지금까지도 긴밀한 우호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말은 외교가에서 회자(膾炙)되는 오래된 금언(金言)이다. 이번 회담은 취재진에게 단 1분간만 공개됐다. 물론 관계 정상화에 대한 쿠바 측의 구체적 언급도 즉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오랜 기간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온 쿠바의 입장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북한의 반발, 방해공작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양국 관계가 어떠한 단계로 나아갈 지 짐작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쿠바는 윤 장관이 쿠바에 도착한 직후부터 중형 세단 벤츠(E200)를 내주었으며, 이동시에도 선두에 에스코트 차량을 붙여주는 등 상당한 의전을 했다고 한다. 특히 쿠바는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서 옵서버로서 공식 발언권이 없는 우리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이례적으로 회원국들에 회람시켰다. 물론 이번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이 수교로까지 한달음에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물줄기가 바위를 만나 돌아가더라도 바다로 가는 것은 필연이다. 북한은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개혁과 개방은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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