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누리당에도 ‘염갈량’이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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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누리당에도 ‘염갈량’이 있었더라면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6.06.02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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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경제사회부  차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1998년 해태타이거즈의 이종범이 일본으로 간 후 당시 해태 사령탑이던 김응용 감독의 푸념을 예능프로에서 희화해서 표현한 말이다. 97년 우승을 차지했던 해태는 이종범이 일본으로 떠난 이듬해 5위까지 추락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6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넥센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지난 2년간 넥센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등을 떠나보냈다. 게다가 올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기대를 모았던 한현희와 조상우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암울한 넥센에 모든 야구전문가들은 ‘최하위’라는 예상을 너무도 쉽게 했다. 팬들 역시 이들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염 감독은 아니었다.

염 감독은 시즌 시작 직전 있었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 드리겠다. 목표는 4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이다”라고 공언했다.

많은 이들이 낙담했지만 염 감독은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염 감독은 김응용 감독조차 하지 못했던 ‘차포 떼고 PS 진출’을 자신한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자 넥센은 쉽게 지기는커녕 그간 약세를 보였던 NC에게도 연승을 거두는 등 5월을 3위로 마무리하게 됐다.

넥센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간 숨어 있던 ‘보석’의 선전이었다. 고종욱, 신재영, 박주현, 임병욱, 지재욱 등이 그들이다.

염 감독이 ‘원석’이었던 그들을 깎아내고 가다듬어 ‘보석’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며 그동안 얼굴마담격이었던 이들이 자취를 감췄다.

4선인 정진석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고, 지난달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한 비대위와 혁신위를 출범하려했다.

하지만 그들은 친박의 ‘파워게임’에서 밀려 낙마했고, 그렇게 총선이 끝나고 두 달 가까이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에 진통을 겪었다.

새누리당은 2일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체재가 출범한다. 혁신비대위원으로는 비박계 김영우 의원과 친박계 소장 성향 이학재 의원이 내정됐다. 외부·원외 인사로는 오정근 전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유병곤 전 국회 사무차장,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법무법인 민 변호사 등 5명이 비대위원에 내정됐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친박과 비박이 갈려 그들의 세력 키우기에만 급급했지 염경엽 감독처럼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것에는 등한시한 결과다.

성난 민심에 원내 2당으로 추락한 새누리당은 아직도 ‘보석’ 만들기를 꺼려하는 기득권층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분위기다.

원석은 여기저기 많은데 아직까지도 단지 ‘자기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또 능력이 되는 초선의원은 소위 ‘짬밥’에 밀려 매스컴을 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현재 변변한 대권주자 하나 없는 당으로 전락했다. ‘충청대망론’이라는 명목으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두되고 있지만 그 역시 온전히 새누리당 사람은 아니다.

새누리당에서 ‘좀 컸다’는 사람이 떠나고 나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다.

야구판에서나 정치판에서나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할 수 있지만 ‘만약’ 새누리당에서 진작부터 제2의 김무성, 제2의 김문수, 제2의 오세훈을 키웠더라면 이같이 ‘쓸 사람 없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6월의 첫날 염 감독은 “3년 안에 크게 일어설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누리당이 지금부터라도 원석을 찾아 보석을 만들어간다면 내년 대선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21대 총선에서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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