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정부, ‘착각의 경제학’ 내다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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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근혜정부, ‘착각의 경제학’ 내다 버려야
  • 송현섭 기자
  • 승인 2016.06.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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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무릇 경제정책은 정부의 리더십과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한 사회적 합의, 경제철학 등이 기반을 이뤄 추진되기 마련이다.

매일일보 경제부 송현섭 차장

아무리 유능하고 신망이 높은 지도자가 선견지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경제정책이라도 국민들의 합의가 없고, 기업과 가계 등 각 경제주체간 입장이 배치될 경우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주의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든 전쟁의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 심각한 고민 끝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됐다.

물론 세계정복을 추구하는 히틀러와 무솔리니, 히로히토 등 당시 독일·이탈리아·일본 신흥국 전체주의 지도자들의 패권주의가 1차적인 원인이었지만 밑바탕의 경제적 요인이 더 컸다.

192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등장한 이들 지도자들은 충분한 식민지를 거느려 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으로 블록경제, 다시 말해 역내교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 자유무역을 제한했다.

그 결과 식민지가 부족했던 주축국과 연합국의 대결로 번져 영국·프랑스 등 선진 공업국이 제국주의를 버려야 할 정도로 몰락하고, 신흥 강대국인 미국과 소련 등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불황과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의 개입과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는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하느냐 시장논리에 맡겨둘 것이냐는 경제학의 오래된 숙제 중 하나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법은 없다. 이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 각국 정부는 금리를 조정하는 통화정책과 정부의 지출을 기반으로 하는 재정정책이 혼합된 조합을 활용하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당시 미국 레이건·부시정권에서 실패한 공급측 경제학의 논리를 기반으로 세금감면을 추진하다 곧바로 벤처투자를 강조하며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곧이어 3개년 계획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투입이 필요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과도한 국책사업을 추진한 탓인지 늘어난 국가채무를 조정하기 위해 화끈한 재정정책도 펼치지도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위기가 닥쳤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업황부진 때문에 조선업과 해운업이 국가적 골칫거리가 되고 철강이나 건설업 역시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부족한 자금은 한국은행이 펀드를 조성해 빌려주는 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하는 재정정책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놔버린 셈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구조조정은 재정정책의 몫이며 지도자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단을 내릴 때를 놓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기 마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착각의 경제학’을 고집하지 말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하는 역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해선 지도자가 직접 나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자신의 책임 하에 공적자금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

잘 나가던 리더의 실패와 몰락은 대부분 내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성공하며 승리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언제나 이길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은 결국 조직 전체를 수렁으로 내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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