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상태바
[기자수첩]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5.30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윤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규칙 준수, 공정한 플레이, 겸손한 승리, 당당한 패배….'

이런 말은 스포츠 정신을 떠오르게 한다. 스포츠맨이라면 당연히 따라야할 덕목들인 것은 물론 스포츠 계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라면 더욱 가슴에 새겨야 할 기본중의 기본이다.

한국 프로축구 리그의 자존심 ‘전북현대모터스FC’. 그러나 최근 전북현대의 행보를 보면 스포츠맨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29일 전북현대는 올해 첫 K리그 클래식 선두에 올랐지만 승리를 만끽하기엔 어딘가 좀 불편해 보인다.

지난 23일 부산지방검찰청이 심판 매수 혐의로 프로축구 K리그 심판 2명과 전북현대의 스카우터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013년 전북현대가 심판 2명에게 수백만원을 전달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단 측은 심판에게 돈을 건낸 것은 사실이나 해당 스카우터 1명의 독자적인 판단과 행동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북현대의 발뺌에 축구 팬들은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스카우터 또한 구단의 구성원이고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단이 책임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축구 팬들은 물론이고 지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전북현대를 향한 열띤 응원을 보냈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뿐만 아니라 전북현대는 물론 프로축구 전반에 대한 불신을 확산 시키는 중대한 문제다.

팀의 유리한 판정을 위해 심판을 회유하려 한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페어플레이를 전제로 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을 보면 심판매수와 관련해 제명, 하부리그 강등, 10점 이상 승점 감점, 1년 이내 자격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도록 돼있다. 하지만 연맹이 한국 축구에서 중요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가(家)를 상대로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찌 보면 이번 심판매수는 비단 전북현대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오래 곪으면 터지는 법. 도려내야 할 한국프로축구의 문제가 이제서야 터진 것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만약 심판매수 목적의 금품 제공이 사실이라면 전북현대는 잘못을 회피하기 보단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한국프로축구의 최고 명문 구단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다.

떨어질 땐 바닥까지 쳐야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정당당하게 한국프로축구 리그 정상에 전북현대모터스FC가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