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관예우와 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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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관예우와 돈의 맛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6.05.30 13:0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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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진 산업부장.

[매일일보] “돈은 인간 노동과 삶을 소외시키는 정수이며, 인간이 돈을 숭배하면 할수록 돈이 인간을 지배한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경제학자인 칼 마르크스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전관예우’ 논란도 계급과 돈에 지배당한 인간의 추악한 단면을 보여준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사건도 그렇다.

사건의 핵심인물인 고등검찰청 고검장 출신 홍문표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대쪽’으로 평가받은 인물이었다. 주로 정치권과 기업 비리 수사를 도맡은 그는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 특혜 대출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이끌었으며, 2009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때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런 그가 검사 복을 벗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지 불과 몇 년만에 ‘재벌’로서 ‘법정’에 서게 됐다.

그의 2013년 한해 수임료는 91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보유 부동산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보통 변호사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 변호사를 검찰 고발했다.

아울러 변협은 법을 수호해야할 법조계가 전관예우를 통해 온갖 부정부패에 연루된 것에 대해 통탄하면서 이를 끊어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사실 전관예우 논란은 법조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업계는 오히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특히 규제가 심한 분야에서는 ‘관피아 방지법’이 신설될 정도로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대기업행 논란은 이미 오래다.

관피아는 관료와 이탈리아 범죄조직인 마피아의 합성어로, 공직을 퇴직한 사람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 학연·지연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피아처럼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말이다.

산업계에서는 법조인, 공직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출신 인사를 영입해 부정한 유착을 보여왔다. 각종 단체· 협회장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 ‘고문’ ‘대관’ 등으로 앉힌 후 정치권과 각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의 역할은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기업 수사와 관련해서도 바리게이트를 친다. 그리고 기업의 잘못을 비판해야할 자리에 있음에도 ‘거수기’도 자임한다.

그래서 그들이 얻는 것은 ‘돈의 맛’이다.

때문에 법조계를 비롯한 정재계 일각에서는 ‘전관예우 금지법’(변호사법 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 의장은 “공직 퇴임 변호사의 관련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더 늘리고 전화 변론을 금지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김영란법 등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생겨난 여러 법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패지수는 아직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돈의 무게'보다 '죄의 무게'가 가벼웠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돈의 맛’만 좇는 이들에게 보다 강력한 ‘소금’을 뿌려야한다.

그것이 계급을 막론한 그 누구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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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2016-06-22 14:57:24
홍만표 수사..꼬리자르기 그럴줄알았다

와사비 2016-06-03 15:13:04
황동진씨 하림그룹 팬오션 인수가격 얼마입니까..?
이한듬씨는 1조 몇 십억 이라는데....

와사비 2016-06-03 14:15:07
다양한 출신 인사를 영입해 ...

다양한 출신인사라....참 쉽게 쓰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비 2016-06-03 14:11:02
‘돈의 맛’만 좇는 이들에게

와사비 2016-06-02 22:23:48
그가 검사 복을 벗고 변호사 사무실을 ...
‘재벌’로서 ‘법정’에 ...
있음에도 ‘거수기’도 자임한다....
부패지수는 아직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부패지수-청렴도...?)
그것이 계급을 막론한 그 누구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