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쟁으로 의미가 퇴색된 ‘국회 활성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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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쟁으로 의미가 퇴색된 ‘국회 활성화법’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6.05.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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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으로 여야정이 연일 시끄럽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는 거부권 행사를 고려하고 있고, 이에 야당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남은 대통령 임기동안의 불협화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이 두고 싸우는 국회 활성화법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기존 법률에 따르면 중요한 안건 등에 대해서 청문회를 열 수 있다. 개정안으로 달라진 것이라면 여기에 ‘소관현안’을 확대해 상임위원회의 소관현안이라면 여야 이견이 있어도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상임위원회별로 현안 청문회를 지금보다 쉽게 열 수 있도록 해 국민적 논란을 빨리 불식시키고 진상조사에 나서 정쟁으로 번지는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화 국회의장도 “옥시 사태에서 보듯 신속하고 제대로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며 “사회적 낭비, 효율성에서 비판을 받아온 국정감사를 상시국감 형태로 전환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국회기능을 살리는 기능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소관 상임위에서 해당 현안에 대해 즉각 청문회를 개최할 경우 최근 가습기 살균제, 어버이 연합 등 불법자금조달 문제 등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정치 쟁점이 되기까지 사태를 키우지 않아도 된다.

여권도 이와같은 취지에 어느정도 공감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개정안이 지난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하기 전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소야대로 정치적 지형이 변하면서 잦은 청문회 개최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에 정부여당은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무분별한 청문회 개최로 행정부 마비사태까지 올 수 있다며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까지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같은 분위기에 정부도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측에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회에서도 국정전반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스크럼을 짜고 있고, 일각에서는 법리문제의 시시비비를 따져 이른바 ‘정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쯤되니 국회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가 가물해진다. 국민의 눈에는 파행과 막말로 얼룩진 숱한 청문회 개최와 이번 ‘상시 청문회’가 겹쳐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야정은 ‘일하는 국회’로 만들어달라는 이번 총선의 민의를 잊은 듯하다.

25일 한 정당의 당직자는 "'상시 청문회법'보다는 '국회 활성화법'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개정안의 방점이 국회 기능을 살리는 데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야정이 기 싸움에서 벗어나 협치의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 ‘국회 활성화법’ 기본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20대 국회 개원 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등 파열음을 빚고 있는 국회의 향배는 결국 자신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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