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신과 진료 편견 없애야 자살 1위 오명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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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신과 진료 편견 없애야 자살 1위 오명 벗는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5.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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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생명보험금을 받은 사망자 가운데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개발원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생명보험금을 받은 사망자를 사인별·성별·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다. 특히 주목할 것은 10대~30대의 젊은 층에서 자살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젊은 층의 자살이 높다는 사실이 실증적 사례로 확인된 것이다.

10대의 경우 사망 원인 1위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해였다. 질식에 의한 자해는 3위로 집계됐다. 사망 원인 가운데 1, 3위가 자살인 것이다. 20대는 질식에 의한 자해가 1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해가 2위를 기록했다. 30대 또한 질식에 의한 자해가 사망 원인 1위였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해는 6위였다. 40대와 50대도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40대는 간암에 이어 질식에 의한 자해가 2위였으며, 50대는 질식에 의한 자해가 5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질식에 의한 자해’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해’ 등 2가지만을 집계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자살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자살한 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사회적 부적응자 내지는 삶을 포기한 자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집안에서 누군가 자살했을 경우 주변에서 알까봐 쉬쉬하며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자살을 방지할 치료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사회는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돼 있다. 어렸을 때부터 순위경쟁에 집착하도록 학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자살률은 무려 12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과도한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그럼에도 항우울증제 복용율은 밑에서 두 번째이다. 그만큼 치료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자살은 개인과 가족의 비극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다. 특히 젊은이의 자살은 더욱 가슴 아픈 일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우리 스스로가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 신호를 재빨리 인식하고 손을 내미는 역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내 가족이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대가 2학기부터 자살 방지 일환으로 ‘행복’과 ‘생명’을 주제로 한 교양과목을 개설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러한 일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때 새로운 희망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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