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리터루족’에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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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리터루족’에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5.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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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속 중소형→중대형 아파트 재조명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집값에 따라 주거 트렌드도 변화한다. 최근 독립했던 자녀들이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리터루족’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소외받았던 중대형 아파트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금융결제원은 이달 셋째 주까지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곳 중 8곳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라고 밝혔다.

빠르게 핵가족화가 이뤄지고 전셋값이 치솟는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 담보대출 규제까지 더해져 손쉽게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중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렸던 게 사실이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각종 세금, 관리비 부담 등이 상대적으로 적고 환금성도 좋은데다 임차도 쉬워 실용성을 중시하는 수요자들이 많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건설사들이 중소형으로만 구성된 아파트 분양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전문 업체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는 평당 약 930만원이데, 이는 약 844만원이었던 재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매매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외면 당해온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들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전세난민들의 외곽 지역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됐다. 이 여파로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조차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때문에 결혼 후 독립한 자녀 세대들이 부모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아온(Return) 캥거루족이라는 뜻인 ‘리터루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부모에게로 돌아온 자녀 세대가 최근 5년 동안 4.2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터루족의 증가는 감당하기 힘든 주거비 문제에다가 육아문제까지 엮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비자발적 동거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아파트 거래량 중 중대형이 19.47%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 한국감정원에서 실시한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의 거래량은 2013년 6만4130건, 2014년 7만9333건, 2015년 9만5972건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대형 중에서도 ‘세대 분리형 구조’를 갖춘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지붕 아래 두 집이 사는 세대 분리형 구조는 화장실과 주방은 물론이고 출입문까지 따로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대 분리형 구조는 부모와 자녀세대가 독립된 공간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 또 나이든 노부부가 홀로 살 경우 남는 공간을 임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대 분리형 구조의 중대형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부터는 ‘주택 상속 공제 혜택’의 강화가 중대형 선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택 상속 공제 혜택으로 인해 부모와 10년 이상 동거한 무주택 자녀는 부모로부터 집을 상속받을 때 주택가액의 80%, 최대 5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중소형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중소형과 중대형 사이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중대형 아파트가 갖는 가격 메리트도 선호도 제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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