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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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5.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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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 활성화를 골자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이 23일 정부로 이송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달 7일까지 국회법 개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통과 직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자칫 개별 국정현안을 쟁점화해 청문회를 남발할 경우 행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너무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를 부추기려 앞장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는 자칫 야당과의 갈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경위야 어찌됐건 이 법은 19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가 함께 참석해 찬반투표로 통과시킨 법이다. 더군다나 새누리당에서도 찬성표가 나왔기에 통과됐다. 일사분란하게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면 통과가 될 수 없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대통령의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지난 13일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일궈냈던 협치 분위기는 5·18 기념식에서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으로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여기에다 국회법 개정안까지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 야당의 협조를 얻기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설혹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야당이 뭉치고,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와 재통과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당이 제1당인 19대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는데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게다가 지금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서로를 겨냥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거부권 행사로 개정 국회법안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부 여당은 이 법을 ‘행정부 마비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금도 국회가 열리면 세종시가 텅 비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상시 청문회로 행정부의 업무가 상당한 곤란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야당이 무리한 청문회로 정부를 마비시킬 경우 국민이 가만히 있겠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쨌거나 이 법안은 4·13총선의 결과물이다. 정부 여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인 것이다. 집안 단속도 못해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시절 인연이 다 됐으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무리수는 또 다른 무리수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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