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은 대화제의에 앞서 진정성부터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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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은 대화제의에 앞서 진정성부터 보여라
  • 매일일보
  • 승인 2016.05.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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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북한의 대화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우리에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회담 언급에 지체 없이 화답할 것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이 6~7일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남북 군사회담 개최 필요성을 언급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1일에도 인민무력부 통지문을 통해 5월 말과 6월 초 사이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고 대화 공세를 이어갔다.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담화까지 발표하며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대화와 협상의 마당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이 연달아 남북 군사회담 등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이완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 스위스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에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압박 강도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북제재는 단순히 위장된 대화공세로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북한은 우선 이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취급해 왔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맺었음에도 핵무기 개발을 은밀히 진행해온 것이 그 뚜렷한 증거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결국 북한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고 선언까지 했다. 결국 그 세월 동안 위장된 평화공세와 벼랑끝 전술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은 셈이다.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도 이점을 잊지 않고 있다. 그와 같은 제의를 받아들이기에는 우리도 국제사회도 너무 많이 속았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은 이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잇따른 대화제의가 휴전선에서의 대북 방송과 우리 민간의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이 또한 헛수고이다.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우리 군인들이 부상당한 사건과 관련해 남북은 고위급 긴급접촉을 통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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