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신은 더 이상 우리의 고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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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은 더 이상 우리의 고객이 아닙니다”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6.05.17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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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근우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최근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군 사건이 있었다. 패스트푸드 맥도널드에서 배달 일을 하는 50대 직원이 30대 젊은 손님을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

이 동영상이 게시되자 인터넷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초반엔 직원을 나무라는 댓글이 있었으나, 점차 여론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직원을 옹호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결국 직원 가족과 지인의 증언, 네티즌 수사대의 노력(?)으로, 이 사건은 조작됐음이 밝혀졌다. 30대 손님이 직원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갑질을 했었던 앞뒤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30대 손님은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됐다. 이 회사 측은 공식 사이트에 “해당 직원에 대해 회사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의결 절차를 거쳐 13일자로 퇴사 조치를 취했다”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네티즌들은 서비스 직의 처우를 개선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비스 업계에서도 직원 보호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TV홈쇼핑 업체들은 악의적이거나 무리하게 환불·교환을 요구하거나, 콜센터 직원에게 폭언이나 성희롱을 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고객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진상 고객들에게 “당신은 더 이상 우리 회사의 고객이 아닙니다”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한두푼 더 벌자고 블랙리스트 고객을 안고 가봤자, 회사 이미지나 업무 효율성 등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오히려 빼고 간다는 방침인데, 꽤 영리한 경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 업계에서도 고객과 최접점에서 직접 마주치는 직원에 대해, 다양한 복지 혜택도 주고 있다. 휴식을 보장해주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병원 상담을 권유하고 있다. 심신 안정을 위한 요가나 정신 수양 등에 대해서도 일부 지원한다.

과거 ‘고객이 왕이다’라며, 서비스 직원에게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사 직원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직원은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인력을 기반으로 회사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직원을 배려해주고 보호하려는 노력을 보이자, 직원들도 자연스레 회사에 애착을 보이며 더 열심히 일했다는 사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도 어느정도 수긍하고 있다. 직원도 어디에선가는 손님이고, 손님도 어딘가에선 또 다른 회사의 직원이기 때문에, 서로가 처한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서비스직에 대해 갑질을 하는 행태는 아직 우리 사회가 덜 성숙했기 때문”이라며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객과 직원이라는 관계를 떠나, 일단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성숙한 사회 문화가 하루 빨리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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