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이란 엇갈린 입장, 진실은?
상태바
[기자수첩] 한-이란 엇갈린 입장, 진실은?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5.09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윤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제 논에 물대기라는 뜻의 ‘아전인수’. 어떤 일을 자신에게만 유리하도록 해석하거나 행동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이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제 2의 중동의 봄’을 기대하며 이란을 찾았다.

이란 방문과 함께 ‘잭팟’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뒀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이란 사정에 알맞게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큰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는 소식이 연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경기침체와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으로 나라 사정이 침울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한국과는 달리 이란 보도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는 사실이다. 이란은 한국으로부터 250억달러 규모의 사업 투자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371억달러에 해당하는 수주 양해각서 체결과 25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 사이의 간극은 작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일 국토교통부 보도해명 자료에는 이란이 언급한 내용은 우리 기업이 금융패키지로 자본을 마련해 먼저 공사를 하고, 후에 운영비를 받아 그 비용을 만회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을 설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다.

실제로 한-이란 정상회담을 통해 추진되는 사업 중 대다수가 이 같은 금융패키지 방식을 택할 계획이므로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371억달러 수주와 이란 정부의 250억달러 투자는 서로 상반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한국과 이란 둘 다 동일한 양해각서 내용을 두고 각자에게 유리하도록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는 양해각서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법적 효력이 없는 문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제는 심리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국가 간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양해각서가 외교적 성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경제 성과로 직결시키기엔 어느 정도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보면 이란 수주 잭팟 보도는 위축될 대로 위축된 국민들의 심리를 완화시키는 데 이미 제 몫을 다 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외교성과가 비단 양해각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식 계약으로 이어져 한국과 이란 모두 각자가 원하는 경제성장을 이루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