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놀부식 ‘특허경영’ 실태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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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놀부식 ‘특허경영’ 실태 [2탄]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0.05.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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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특허괴물 뒤에 숨어 국내 경쟁사 죽이기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브랜드로 급부상함에 따라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괴물’의 공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LG역시 이러한 특허괴물에 대응하기 위해 특허협의회를 설립하고 특허방어회사에 가입하는 등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이러한 공세로 LG가 특허괴물 뒤에 숨어 국내 기업을 특허전쟁에 내몰리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비디오인핸스먼트솔루션(VES)사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는데, VES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기술이 원래 LG전자가 개발 등록했던 특허기술이기 때문이다.

VES는 외국계 특허괴물로 알려진 아카시아(Acacia)와 관련이 있는 회사로 LG전자는 이 특허를 국내특허 회사를 통해 팔았고 이후 회사는 아카시아에 팔았으며, 다시 아카시아는 VES에게 특허를 넘겨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경쟁사를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데 사용돼 물의를 일으켰다는 의혹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드러난 LG의 놀부식 특허경영을 집중 진단했다.

 

재계 4위 LG, 신생특허거래회사에게 특허 매각한 후 외국 특허괴물에게 또 넘겨 논란

업계 일각, 비난 여론 피하고 국내 경쟁사 상대로 소송 제기 위한 LG의 숨겨진 꼼수?

 

<매일일보>은 지난 302호(2010년 05월24일자)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수많은 특허분쟁을 치러온 LG가 경쟁기업의 기술을 훔치고 그 사실이 들통나 피소를 하는 그동안의 수세적 특허전략에서 한걸음 나아가 경쟁기업의 시장진입을 원천 봉쇄시키는 공세적 전략으로 특허전략을 전환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해외에서 벌어진 두 건의 특허소송을 통해 실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승자의 배려보단 원천봉쇄?

최근 LG전자는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승전고를 올렸다. 올해 1분기까지, 13분기 매출액 기준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판매량 기준으로도 24.0%를 기록, 판매가 12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시장은 물론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600~100달러 시장에서도 1위를 확고히 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승승장구중인 LG가 해외에서 함께 활동 중인 경쟁사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에겐 승자의 배려보단 원천봉쇄 전략을 편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대우일렉과 드럼세탁기 관련 특허 침해소송을 진행 중에 있는 LG전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우일렉을 상대로 한 세탁기 특허소송을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2008년 대우일렉이 미국 델라웨어 주 월밍턴 연방법원에 대우일렉이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한 스웨덴 가전업체 아스코 브랜드의 세탁기를 수입, 판매해 특허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LG전자 측은 특허 침해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피해를 계속 입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우일렉이 미국세탁기 시장에서 극히 미미한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LG전자가 미국에까지 가서 대우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미국에서는 특허 소송 한건에 수백만불에서 수천만불까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이미지면에서도 미국시장의 입지가 두텁지 않은 이상 ‘특허침해소송이 걸려있다’는 낙인이 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낮출 수 있을뿐더러 정도경영을 표방하는 LG의 경영이념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우일렉 역시 이러한 점을 우려했는데, 대우일렉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국내외 공생경쟁을 벌이고 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LG를 자극해 소송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다”면서도 “국내기업 서로의 특허를 없애는 종류의 소송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허괴물의 무기는 LG꺼?

하지만 LG의 이러한 ‘경쟁사 죽이기’ 또는 ‘원천봉쇄’ 의혹은 최근 삼성전자가 비디오인핸스먼트솔루션(VES)사로부터 받은 특허침해소송에도 알게 모르게 연이 닿아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컴퓨터, DVD플레이어,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 동영상을 재생할 때 쓰이는 화질 개선기술을 특허 등록했는데, 이게 바로 삼성전자가 VES로부터 받은 특허 침해의 핵심쟁점이 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2008년 동영상 화질 개선 기술 특허를 국내 특허거래회사(ANPA)에게 팔았다. 이후 ANPA가 외국특허괴물로 알려진 아카시아 리서치(Acacia Research)에게 특허를 팔았고 아카시아는 다시 관련 회사인 VES에게 이 특허를 넘겼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이란 특허를 사들인 뒤 기업들에 소송을 제기해 소송합의금 및 로열티 등 이득을 챙기는 지식재산 관리사로, 전 세계에서 220여개가 활동 중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2004년 이후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공격을 받는 등 주로 한국 기업들이 외국 특허 괴물들의 먹잇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카시아 리서치는 수백여개에 달하는 특허괴물 중에서도 몇 손가락에 드는 괴물 중의 괴물로 알려져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아카시아는 지난 1995년 설립, 바이오 칩 및 생명공학 분야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특허 출원하는 것은 물론 47개 주요 기술분야를 선정해 해당분야 특허를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허수아비 내세워 특허판매?

그런데 지난 3월15일 삼성전자가 이 LG특허로 인해 아카시아 관련 회사인 VES사로부터 특허 침해소송을 당하게 되면서, LG전자가 고의적이고 전략적으로 특허괴물인 아카시아에게 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LG전자가 고의적이고 전략적 꾀를 부려 특허들을 특허괴물에게 넘겨 삼성전자를 포함한 경쟁사들이 특허괴물에게 소송을 당하게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NPA가 특허를 LG전자에게 받아서 아카시아에게 넘긴 것 외에는 사업 활동이 전무한 점을 들어, LG전자가 대표적 외국의 특허괴물인 아카시아에게 주요특허들을 팔아 넘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중간에 내세운 허수아비가 아닌가에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그가 이러한 의혹을 제기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LG전자가 ANPA에 공식적으로 특허를 넘긴 날이 APNA가 아카시아에 특허를 넘긴 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매일일보>이 입수한 미국 특허권 등록 관련 자료에도 ANPA가 LG전자로부터 특허권 이전이 등기된 날(2009년 11월2일)과 아카시아가 ANPA로부터 특허권 이전이 등기된 날이 같은 날로 표기돼 있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NPA의 현 대표인 K모(48) 변리사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같은 날 특허를 넘긴 것이 아니라, 미국 특허청이 특허권 이전에 대한 특허등록 처리가 같은 날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또한 <매일일보>과의 이메일에서 “LG전자는 아카시아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화질개선에 사용되는 관련특허를 ANPA라는 특허거래 관련 국내업체에 지난 2008년 6월 매각했고, 이후에 있었던 ANPA와 아카시아 간의 특허 이전(2009년 8월)에 대해서는 LG전자로서는 관여할 수도, 관여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 밥에 그 나물?

그러나 <매일일보>은 취재도중 한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등기부등록상 LG가 특허를 매각했다는 ANPA란 회사와 LG가 지난 2008년 특허를 매각할 당시 대리인이었던  E특허법률사무소의 법인 주소지가 동일하다는 점이었다.

ANPA와 E법률사무소는 심지어 등기부등록상의 대표이름까지도 동일했는데, E법률사무소 대표인 A모(50)변리사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일정 부분을 시인했다.

그러나 A 변리사는 “LG전자가 특허를 ANPA에게 매각할 당시 대표였던 것은 맞지만, 실질적 운영은 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LG전자 특허를 매각한 것 외에 활동을 하지 않았던 데다, 실질적인 운영자들이 특허괴물인 아카시아에게 특허를 넘긴다는 사실을 알고 뜻이 맞지 않아 사임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카시아에 매각 당시, ANPA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누군지, 또 왜 자신은 ANPA의 허수아비 대표를 했는지에 대해선 밝히기를 꺼려했다.

<매일일보>은 LG관계자와 ANPA의 현 대표인 K 변리사에게 특허를 매각할 당시의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 기밀 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특히 LG전자는 <매일일보>과의 이메일을 통해서 “특허매각은 특허업계에서는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특허권 거래에 해당한다”며 “특허를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효익보다 유지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보다 크기 때문에 관련특허를 매각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계 4위의 LG전자가 설립한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활동이 전무한 신생특허관련회사(2008년 5월)인 ANPA에게 특허를 매각(2008년 6월)했다는 데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LG의 ‘동영상 화질 개선 특허’ 매각 일지

2008.05.07 주식회사 에이엔피에이(ANPA) 등기상 회사설립.
2008.05.15 ANPA, E법률특허사무소 115평 중 38.3평 부동산 전대계약.
2008.06.12 LG전자, 동영상 화질 개선 관련 특허 ANPA에게 넘김.
2009.08.12 ANPA, LG전자 특허 아카시아(Acacia)에게 넘김.
2009.04.22 특허법인 E 등기상 법인설립.
2009.09.28 E특허법률사무소 A 대표, LG전자 이강환 특허센터장(부사장) SEN 개국 1주년 기념 ‘특허 괴물 실태·대책’ 세미나 참석.
2009.10.19 E특허법률사무소 A 대표, ANPA 대표직 사임.
2009.10.19 ANPA 사내이사 K모 변리사, ANPA 대표로 취임.
2009.10.27 아카시아, VES에게 특허 넘김.
2009.11.02 LG전자, ANPA에게 특허권 등기상 이전.
2009.11.02 ANPA, 아카시아에게 특허권 등기상 이전.
2009.11.02 E특허법률사무소 A 대표, 등기상 ANPA 대표직 사임.
2009.11.02 ANPA 사내이사 K 변리사, 등기상 ANPA 대표직 취임.
2009.11.10 아카시아, 비디오인핸스먼트(VES)에게 특허권 등기상 이전.
2010.03.15 VES, 삼성전자 등 경쟁사 상대로 특허소송.
 

[미니인터뷰1]  E특허법률사무소 A 대표

<매일일보>은 지난 5월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1005-8번지 보성빌딩 5층에 위치한 E특허법률사무소를 찾아갔다. A 대표는 <매일일보>에게 부동산 전대차 계약서를 제시하며 E특허법률사무소 안에 ANPA를 운영했음을 밝혔다.

E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이면서 ANPA의 대표가 맞나.
지난 2008년 중순부터 지난 2008년 중순까지만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지난 2009년 6월 ANPA의 대표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미국에서의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 2009년 10월 사임됐다. 아직 사임 관련 서류를 받지는 못했지만, 곧 받을 계획이다.

지난 2008년 LG가 ANPA에게 특허를 매각할 당시, E특허법인으로 LG관련 특허업무를 대행하고 ANPA의 대표로 LG전자의 특허를 매각한 건가.
ANPA의 대표이긴 했지만, 이름만 대표였지 실질적인 운영은 하지 않았다. E특허법인으로 LG관련 특허업무를 대행해준 것은 맞다.  

아카시아에게 특허가 매각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특허 괴물 대책 관련 세미나를 할 정도로 특허괴물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지 않았나.
나도 아카시아에게 특허를 매각한다는 사실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ANPA의 대표직을 사임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뜻이 맞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운영자가 아니었기에 관여할 수 없었다.

대표인데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대표로 있었을 당시 LG전자 특허를 매각한 것 외에 별다른 사업 활동이 없었지 않나.
내가 대표로 있었을 당시 LG특허를 매각한 것 외에 별다른 사업 활동을 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동료들끼리 작게 운영되는 회사였고 그들이 왜 나를 대표로 선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라고 하기에 대표로 있었다.


[미니인터뷰2] LG전자 홍보팀 K 과장

<매일일보>은 지난 5월27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빌딩 서관에 위치한 LG전자 홍보실에 찾아갔다. 하지만 특허관련 언론을 단독으로 담당한다는 K 과장은 만날 수 없었다. 회의와 출장, 휴가를 이유로 그는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그간의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K 과장의 말을 정리해봤다.

아카시아라는 특허괴물에게 특허를 넘겼다는 의혹이 있다.
아카시아가 아니라 안파(ANPA)라는 특허거래회사에게 특허를 넘겼다.

안파라는 회사의 대표와 특허를 매각할 당시 법무법인이 같다. A 대표가 계약서에 싸인을 한 건가. 
당시 안파의 대표가 누군지 모른다. 지금은 대표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안파에게 특허를 넘겼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보여줄 수 있나.
회사와 관련된 계약서를 <매일일보>에게 보여줄 이유가 없다. 계약당사자들이 아니라는데 더 이상 무슨 확인이 필요한가.


[미니인터뷰3] ANPA 현 대표 K 변리사

<매일일보>은 지난 5월 26, 27일 ANPA의 현 대표인 K 변리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K 변리사는 E특허법률사무소의 A 대표가 LG의 특허 매각과 관련이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ANPA의 사무실은 지금 어디 있나.
사무실을 이전 중에 있다. 등기부 등록상에는 아직 주소지가 이전되지 않았지만 사무실 정리가 끝나는 대로 주소를 이전할 계획이다.

ANPA가 특허를 아카시아로 매각할 당시 대표직을 역임한 건가.
10월에 대표로 취임했지만 매각 계약서에 싸인을 한 것은 ANPA의 다른 임원이 했다. A 대표가 사임을 하고 내가 취임을 하는 중간에 공석이 있다고 보면 된다. 

계약서에 싸인을 한 사람은 어디에 있나.
지금 미국에 있다. 임원들 대부분이 미국에 있다. 그래서 주주총회도 미국에서 열렸던 거다. 

계약서를 볼 수 있는 건가.
회사의 기밀이 담겨있는 계약서를 보여줄 이유가 없다. 왜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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