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부대 내 여군 성희롱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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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부대 내 여군 성희롱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4.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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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우리나라 여군의 5.7%가 군부대 내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여군에 대한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한 보도가 있었지만 실증적인 연구로 실태가 드러난 것이 이번이 사실상 최초로 보인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태경·박은철 교수팀이 ‘2014년 군인건강조사’에 참여한 여성군인 228명에 대해 성희롱 경험 여부와 이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를 비교 분석해 나온 결과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군의학저널’(Royal Army Medical Corps) 4월호에도 게재됐다고 하니 국제적 망신까지 사게 된 셈이다.

여군 대다수는 단기복무 이후 장기복무로 전환되게 된다. 연구팀은 단기복무 중에는 장기복무 전환에 누락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성희롱에 대해서도 참거나 저항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높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희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비록 2년 전 조사에 바탕한 논문이라 해도 그만큼 우리 군이 성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의 군은 과거와 같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첨단무기를 운용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자전과 정보전에서는 오히려 여군들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여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고, 성적도 아주 우수하다. 여군의 역할이 증대되는 것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군에서의 남녀 구별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그럼에도 군에서 여군에 대한 성희롱이 만연하다는 것은 남군(男軍)이 여군을 전우로,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투력 향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런 군이 어떻게 국가를 지켜낼 수 있겠는가. 

군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으며, 더군다나 전투병과에도 여군 지휘관이 배치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성희롱문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한다. 미온적으로 대처해서는 뿌리를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군은 확실한 자정능력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은 그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군은 심각하게 훼손된 명예를 되찾는 길이 무엇인가 냉정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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