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⑨건설사 임원, 그들은 누구인가] 현대산업개발, 적장도 품어안는 오너 리더십
상태바
[MI특별기획 ⑨건설사 임원, 그들은 누구인가] 현대산업개발, 적장도 품어안는 오너 리더십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4.19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몽규 회장,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로 활발한 경영 활동 돋보여
현대건설·포스코건설·현대ENG 등 경쟁사 경력 가진 임원 다수 포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우리나라 고급 아파트의 시초인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이 지었다.

1976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당시 혁신적인 구조를 내세워 고급 아파트 시장을 주도했다. 한국도시개발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통해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민간부문 주택건설실적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한국도시개발은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독립해 나와서 창립된 건설업체다. 따라서 현대산업개발은 현대그룹 내에서 주택 건설을 전담해 현대아파트를 공급해 온 주택 전문 건설사인 셈이다.

1986년 한국도시개발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현대양행 회장이 설립한 한라건설과 합병을 통해 현대산업개발로 재탄생했다.

이렇듯 현대건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던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현대산업개발그룹으로 독립해 나갔다.

이는 당시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소유권을 놓고 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정주영 회장의 차남이자 장자인 정몽구 회장 간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에서 비롯된다.

30년간 현대자동차에 몸 담으며 현대차를 키워온 ‘포니 정’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차 회장 자리를 아들인 정몽규 회장에게 넘겨주려 했고, 실제로 정몽규 회장은 1996년 만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현대차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창업주의 2세로서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1999년 현대차를 놓고 적자인 정몽구 회장과 방계인 정세영·정몽규 부자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났고 정주영 회장이 아들인 정몽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정몽구 회장은 사촌동생인 정몽규 회장을 현대차 수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현대자동차의 새 회장으로 취임했다. 조카와 사촌형에게 현대차 회장 자리를 내놓은 정세영-정몽규 부자는 정몽구 회장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현대차와 맞바꿨다.

겉으로는 지분 교환의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세영-정몽규 부자가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에서 쫒겨나면서 대신 현대산업개발의 소유권을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은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현대산업개발그룹을 세우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현대그룹에 뿌리를 둔 현대산업개발이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다툼으로 현대그룹과 갈라서게 된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임원진 면면에도 이 같은 회사 내력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19일 현재 현대산업개발 임원진은 총 19명이다. 이들 중 최고위 임원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몽규 회장은 정세영 회장의 외동남으로 만 34세의 나이에 현대자동차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결국 정주영 회장의 적자가 아닌 방계라는 한계로 인해 아버지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30년 넘게 일궈온 현대차를 사촌형인 정몽구 회장에게 내줘야 했다.

현대차를 놓고 벌인 경영권 다툼에서 현대차와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맞바꾼다는 발표를 하며 최종 패배를 인정한 1999년 3월 5일, 기자 회견장에서 당시 정몽규 현대차 회장은 아버지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 댓가로 정몽규 회장과 정세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과 현대차에서 쫒겨나듯이 받은 회사가 바로 현대산업개발이다. 그만큼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에 가진 애착은 대단하다.

일반적으로 현대건설이나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국내 대형 재벌 건설사들의 경우 모 그룹의 오너 일가가 회장 임원으로서 회사를 ‘소유’ 하지만 회사의 경영실무는 전문경영인 출신 사장에게 ‘대표이사’ 직책을 맡겨 일임하는 형식을 취한다.

반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재벌 건설사 오너로서는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회장 직책을 수행하며 경영 실무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유치 경쟁을 뛰어들었을 당시에도 정몽규 회장은 신라면세점과의 합작을 주도하는 등 면세점 유치 전장의 최일선에서 앞장선 끝에 결국 면세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현대산업개발 주식 1027만1300주를 소유, 현대산업개발 전체 지분 중 13.63%를 가진 최대 주주다. 또한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대외 활동에도 활발한 CEO다.

정몽규 회장에 이어 현대산업개발을 이끄는 수장은 김재식 대표이사 사장이다. 김재식 사장은 고려대 법학과 졸업 후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고 1993년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김 사장은 2011년 법무감사실장 전무에 이어 2012년 영업본부 본부장직을 맡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4년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친 김 사장은 지난해 1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대산업개발 임원 중에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경쟁 건설사에서 영입된 임원도 눈에 띈다.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김정기 부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인프라사업본부장과 현대건설 상무를 거쳐 현재 현대산업개발에서 인프라환경 플랜트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김근배 상무는 포스코건설 에너지사업본부 임원과 현대건설 플랜트사업본부 임원을 역임하고 현재 현대산업개발 플랜트 담당중역으로 재직 중이다.

한편 19일 현재 현대산업개발 임원진 총 19명중 학력이 공시된 임원 10명의 출신대학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를 졸업한 임원이 4명(4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대 3명(30%), 연세대·한양대·전북대가 각 1명(10%)으로 뒤를 이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