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연애, 출산, 결혼 세 가지를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오포세대’라는 말이 생겨 난지 오래다. 삼포에서 오포로 포기해야할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이 추가됐다.
내 집 마련. 아마도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밀린 숙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 가구당 개인소득 중 세금을 낸 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월평균 356만2900원이라고 한다. 셈을 해보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 동안 꼬박 모아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음 편히 내 몸 붙이고 살 집하나 마련하는 게 하늘에 별 따기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 ‘헬조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 대선에서도, 이번 4·13 총선에서도 빠지지 않는 화두가 서민 임대주택 정책이다.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행복주택’이 1순위가 아닐지 싶다. 본명은 ‘희망주택’이었지만 국민행복시대라는 국정 비전에 발맞춰 ‘행복주택’으로 개명까지 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들에게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임대료로 역세권에 위치한 집을 제공하겠다는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제도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기준 16㎡의 서울가좌 행복주택은 보증금 2700만원에 월 임대료 11~12만원, 인천주안은 보증금 1300만원에 월 임대료 6~7만원이다.
자취하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에게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임대료다.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원룸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만원 안팎의 행복주택 월세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보증금이다. 목돈 500만원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행복주택의 대상인 서민들이다.
젊고 어린 서민에게 2000만원이 훌쩍 넘는 보증금은 저 멀리 딴 세상 이야기다. 그들의 버킷리스트에서 행복주택은 지워지고 만다. 이렇게 된 이상 행복주택은 더 이상 행복이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이름까지 바꿔가며 떠오르고 있는 행복주택, 행복들 하십니까.